매년 수십억 혈세 투입 적절성 논란
市·道 등 22개 지자체서 25곳 운영
올해 편성된 예산만도 28억 ‘눈덩이’
중앙부처 상대 예산 따내는 장점에도
기관장 의전 수행 등 ‘중복 기능’ 지적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또는 세종에 별도의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매년 수십억 원의 혈세를 사용해 오고 있어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접어들고 사무실의 역할과 기능이 급변했는데도 사무실 수는 계속 늘리고 있어 시대조류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남도일보 취재 결과 지난해 서울과 세종사무소 운영으로 집행된 예산은 광주시 10억2천386만 원, 전남도 5억4천100만 원이었다. 이어 무안군이 9천642만 원, 여수시가 7천800만 원, 나주시가 7천500만 원, 화순군이 5천975만 원, 목포시와 강진군이 각각 5천만 원과 5천120만 원을 기록하는 등 광주·전남지역 시·도와 20개 시·군에서 총 23억9천776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광주시 10억7천440만 원을 비롯해 전남도 6억2천200만 원, 장성군 1억1천만 원, 나주시 1억100만 원, 담양군 9천572만 원, 여수시 7천800만 원, 화순군 7천780만 원 등 22개 지자체에서 총 28억483 원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 편성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면 작년보다 17%(4억707억 원) 더 집행하게 된다.

서울 한 곳만 사무실을 운영하는 시·군은 광양시와 담양군, 무안군, 순천시, 신안군, 영암군, 완도군, 화순군 등 8곳이다. 세종사무소만 꾸려가고 있는 곳은 강진군과 고흥군, 구례군, 목포시, 여수시, 영광군, 보성군, 장성군, 장흥군, 함평군, 해남군 등 11개 시·군이다.

서울과 세종 2곳을 운영하는 곳은 광주시와 전남도, 나주시 등 3개이고 사무소 자체가 아예 없는 곳은 광주 5개 자치구를 비롯해 곡성군, 진도군 등 7곳으로 확인된다. 시·도와 일선 시·군의 경우 국비를 중앙에서 곧바로 교부되는 반면에 단일 생활권인 자치구에서는 시를 거쳐 내려오는 구조인데다가 예산 규모가 시·군보다 적어 상대적으로 사무소 운영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는 사무소를 운영하지 않았으나 올해 신설된 곳도 있다. 세종사무소를 개설한 장성군과 고흥군이다.

전체 사무소에 투입된 인력은 광주시 7명, 전남도 9명을 비롯해 결원 상태인 광양시를 빼고 37명에 달한다. 직급과 직렬은 4급 일반직부터 별정직, 공무직까지 다양한데 6급이 가장 많다.

이들 사무소의 역할은 공식적으로는 대외협력지원과 인적 네트워크 관리여서 소속 지자체의 중앙정부, 국회 등을 상대로 한 전진기지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사무소 운영 과정에서 잡음과 관리부재가 부른 효율성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단체장이나 고위직이 중앙부처나 국회 등을 방문할 때 의전을 수행하거나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은 사무소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문제는 그 때마다 대개의 경우 본청에서도 관련 간부와 실무자가 동행하기 마련이어서 ‘업무중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본청에서 떨어져 근무하는 환경 탓에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정치권에 머물던 인물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들어와 직급이 높은 일반직 위에 군림하거나 현지 주거비까지 지원받으면서 파견 공무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물론 공간은 운영하되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한 수범사례도 있다. 전남도 세종사무소에 공동 입주한 강진군과 고흥군, 구례군, 목포시, 보성군, 여수시, 영광군, 장성군, 함평군 등 9곳이다.

사무소 존속여부와 관련 서울이나 세종시에 사무소가 없는 광주 북구가 대정부를 상대로 적절한 논리와 전략으로 각종 평가와 공모사업 등에서 작년에만 상사업비로 278억700만 원, 민선 8기 들어 85억9천289만 원을 따내 지역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서울사무소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공무원은 “과거 공직사회에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인맥과 대면이 최고의 수단처럼 인식될 때가 있었다”면서 “관행에 의존해 사무소 운영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현직 공무원도 “교통·통신의 발달로 반나절이면 해결 못할 일이 거의 없는데 계속 비용이 늘어갈 것이 뻔한 사무소를 유지·확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전반적으로 검토할 시점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에 현재 사무소를 운영 중인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타·시도 또한 대부분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회나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예산 확보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어 사무소 운영을 낭비성이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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