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부결에 의원 절반 퇴장해 임시회 파행
시민단체 “시민 안중 없는 꼭두각시 의원” 비난

 

여수시의회 본회의 모습/여수시의회 제공

전남 여수시의회가 대학병원 유치 관련 결의안 채택을 놓고 갑과 을 지역구 간 힘 겨루기로 파행을 빚자 지역 정치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지난 22일 정현주 의원이 발의한 ‘국립 순천대 의과대학 및 여수대학 대학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을 심의했다.

이 결의안은 여수 을 지역 위원장인 김회재 의원이 제시한 여수에 의대 유치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의대는 같은 동부권인 순천에, 여수에는 대학병원을 설립해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자는 안이다.

하지만 갑 지역구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특정지역 명시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쏟아내면서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다.

결국 이 안은 표결에 부쳐져 재석의원 22명 중 찬성 9명, 반대 12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되자 이에 반발한 을 지역구 의원 전원이 집단 퇴장했다.

이후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회의 진행에 필요한 정족수만 간신히 채워 주요 조례안 등 나머지 20여개 안건은 질의와 설명도 없이 일사천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갑 지역구 소속인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여수 전남대학교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은 반쪽 난 상태로 이의 없이 채택됐다.

고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은 갑 지역구 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의 여수에 전남대 병원 분원 설치 요구와 같은 내용이다. 주 의원은 2005년 전남대와 여수대 통합 당시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한의대를 비롯해 의대 설립을 약속했었다며 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도 부족할 판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의원들을 조종해서 지역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여수시민협은 27일 논평을 내고 “갑을 지역구의 볼썽사나운 패싸움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허탈함을 느끼는 동시에 시의회 존재이유에 대한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협은 “여수대학병원 설립은 갑을 두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를 압박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인데 고작 결의안 하나도 합의를 못하는 지역의 요구를 중앙정부가 들어주겠냐”며 “두 국회의원을 축으로 하는 시의회의 해묵은 분열은 대학병원 유치 뿐 아니라 여수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임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국회의원을 축으로 두패로 갈라져서 시민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이 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는 행태에 시민들은 신물이 난다”며 “두 정치인들의 주도권 싸움도, 시의원들의 꼭두각시 대리전도 진절머리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여수시민협은 “시민들은 여수시 발전을 가로막는 패거리 정치를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이때 시민들이 심판의 날을 벼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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