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언(전 광주 서구청장)

 

전주언 전 광주 서구청장
전주언 전 광주 서구청장

최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풍암호수 주민협의체 집행부와의 면담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며 풍암호수 원형보존을 바라는 주민요구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 조성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풍암호수 수질개선은 지난 3년간 운영된 TF가 제시한 산책로 4m를 추가 확장, 호수규모를 축소하고 저수지 바닥을 메워 저수량을 44만1천 톤에서 16만5천 톤으로 줄이고 수심 6m를 1.5m로 낮추는 매립식 수질개선안이었다. 이는 검증과 주민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없이 추진되었고 호수원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은 반대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이에 광주시는 그동안 서구와 운영한 수질개선 TF팀이 주민의견 수렴에 집중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며 풍암호수 7개동 주민 35명과 시·구의원으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전·현직 구청장과 국회의원과도 풍암호수 수질개선 정책간담회를 개최해 여론수렴에 나섰다.

지방자치시대 행정의 최대 목적은 지역민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다. 그 서비스는 당연히 지역민의 다수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는 것이다. 민선8기 광주시가 잘못된 행정행위를 바로 잡고 민심과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에 큰 박수를 보내며 환영한다.

주민협의체가 제안한 내용은 매립식 수질정화방식을 반대하고 원형보존식 수질정화방식 전환으로 원형보존은 수경계(水境界)와 수심(水深), 수량( 水量)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조류발생억제, 수질관리(2~3급수), 퇴적층환경 및 수생태계개선은 수생태계복원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면 가능하다는 것과 풍암쓰레기매립장이 방수층이 없는 비위생 매립장으로 녹조의 주원인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사업시행자가 월드컵경기장과 풍암동 쪽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를 비점오염처리 시설을 하지않고 Y자 배수관을 통해 호수아래로 흘려보낼 경우 서창천에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풍암호수와 같은 자연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천혜의 복받은 도시며, 수면적이 넓고 수량이 풍부할 경우 여름철 도심 열섬효과를 줄여 도시환경개선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

필자는 평생을 공무원으로 지냈고 그 지역의 단체장을 역임하면서 풍암호수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풍암호수가 주는 여유와 평화로움, 휴식, 교류, 건강증진은 물론 도시매력이나 도시 이미지 형성을 통하여 지역 가치를 상승시키는 사회 자본이며 다음시대의 사람들이 사용해야하는 시대적 공유자산이라 평가해왔다. 풍암호수가 보다 더 매력있는 호수가 되도록 오염과 악취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풍암호수의 생태적·문화적·사회적·도시적 가치에 대한 분명함이 있어야 한다. 해안도시에 사람이 모이는 것도 물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내륙도시에서 호수는 도시의 화룡점정이기 때문에 넓으면 넓을수록 더 좋다. 그래야 도시의 매력도 더 커진다. 호수의 오염이나 악취 문제는 물 자체의 문제이지 호수의 문제가 아니다. 오염되고 악취의 물을 개선하지 않고 이를 담는 호수 자체를 건드리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된다며 의견을 제시해 왔다.

하마터면 우리 주민들은 뻔히 눈 뜨고 25톤 대형 덤프트럭 1만여대가 들락거리며 토사로 호수를 메우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볼 수 밖에 없었는 데 광주시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를 보지않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광주시의 정책전환으로 풍암호수가 원형보존 상태에서 신기술공법을 적용한 녹조없는 호수조성으로 시민이 즐겨 찾는 건강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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