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필(사단법인 광주공동체 상임대표)

 

문상필 사단법인 광주공동체 상임대표

정치적 언어의 진실과 거짓은 어디까지일까? 이재명 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싸고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치되고 있다. 애초 체포동의안 논란이 될 때부터 당 대표를 겨누는 칼날이니 대부분 반대할 거라고 믿었다. 예상 밖의 결과는 민주당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당 안에서 30여 명이 넘는 찬성표는 큰 격랑에 빠져들게 했다.

살아 움직이는 정치 현실은 늘 녹록지 않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 9개월째 접어들고 있는데도 야당의 느릿느릿한 대응은 마치 공룡의 몸짓 같다. 그 이유가 이 대표와 직결되어 있고, 이 논란을 둘러싼 겉모습은 사법리스크에 갇혀 꼼짝 못 하는 민주당인 것처럼 보인다. 그게 전부는 아닐 텐데 말이다. 사실, 이재명 당 대표 체포동의안은 오늘의 정치 현안을 푸는 열쇠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관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권의 셈법이 먹혀들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하고도 뚜렷하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검찰, 명백하게 야당탄압을 하고 있고, 정적 제거용으로 작동되고 있음이 선명하게 입증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첫 번째로 국회에 회부된 체포동의안이 피아가 구분되지 않은 것이 놀랍다. 야당은 일사불란하지 못했고 동의안은 어렵게 부결되었다.

국민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진실과 거짓 게임을 확인할 길이 없다. 검찰이 궤변을 늘어놓고, 날조하고, 위세 넘치게 행동하는 겁박에 포위되어 떨고만 있다. 멀쩡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은 조국 장관의 가족을 도륙하면서 분명해졌다. 그 검찰이 만들어내는 진실게임은 애초부터 진위와는 상관없는 의도성을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가 막힌 것은 이미 훼손된 진실인데도 촛불 바람으로 국회의원이 된 것을 잊고 거짓된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공소장은 멀고 억지는 가깝기 때문일까, 내게 쏟아지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려는 것이었을까. 공소장을 보면 야당을 말살하고, 없는 죄를 부풀리고, 정적 제거를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찬성표를 던져 가결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당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실리의 현장이라고 전제하더라도 이해가 안 간다. 권력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이합집산한다. 필요에 따라 연대하면서 개별 권력도 유지하고 연대하는 권력도 공생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 모든 권력투쟁도 자기 당이 있고서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민주당이 욕먹는 대목이다.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갇혀 있다. 민주주의나 민생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공천 관련한 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당 대표가 목적이 아님을 왜 모르는 척할까. 정치생명의 연장을 위해 민주당이 표적이고, 민주 세력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런 협박과 탄압 앞에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갖추어도 개인적으로 법살을 이겨내기 어려울 수 있다. 기우제식 수사 앞에서 누가 피해 갈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고 당선되지만, 국회로 들어가면 개인의 정치적 사리사욕에 갇혀 민심과는 동떨어진 배신 행동을 한다. 그런 생리가 대표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민주당 내에서 당론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고, 찬반 투표에서 표조차 결집하지 못한 이유다. 이 흐름이라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할 수밖에 없다.

30여 표 이상의 찬성표는 거짓 코스프레를 철저하게 연출했다. 민주당 안에서 체포동의안 찬성파는 여당을 거들어 준 역할을 내놓고 한 현실에서 말이다. 물갈이론의 근거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현실이 민주당의 현실이고 미래다.

백척간두에 선 민주당이지만 자세히 보면 진짜 벼랑에 선 것은 민생이다. 여당의 전술은 문제가 되면 모르쇠를 넘어 억지 해석과 이해를 강요하고 있다. 체포동의안은 윤석열 정권이 만든 민주 세력에 대한 일대 교란작전이다. 적진 분열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쌓아 가는 것을 왜 방관하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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