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넘는 전시회 지역 중견작가
문화공간 있다는 것에 자부심 느껴

 

광양 미담갤러리/장봉현 기자
김유순 광양 미담갤러리 대표/장봉현 기자

 

전남 광양 중마동의 한적한 뒷골목. 인적이 드문 거리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공간이 눈에 띈다. ‘미담(美談)갤러리’다. 번화한 거리,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도, 카페와 예술 공간이 모여 있는 거리도 아닌데 미술관이라니 생소할 뿐이다.

밖에서 봤을 때는 여느 조그만 가게로 보이지만 깔끔하게 단장된 미술관이다. 미담 갤러리에서는 현재 경기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이 공간은 지난 2015년 개관했다. 김유순(50) 작가가 직접 만든 이곳은 원래 커피숍이었다. 김 대표가 뒷골목 한적한 커피숍에 미술관을 만들게 된 건 순전히 미술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흔히 하는 말로 부모님이 시켜주지 않아 꿈을 접어야만 했다.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에서 점점 멀어져갔지만 화가로 살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화단 인재양성 산실로 평가받는 조선대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를 수료한데 이어 개인전 5회, 단체전 160여회를 여는 등 어느덧 지역에서는 중견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김유순 대표는 “사실 광양은 문화·예술이 상당히 취약해서 직접 보여 주는 게 답이라는 생각으로, 오로지 전시에 목적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해보자는 취지로 몇몇 작가가 뭉쳐서 시작했다”며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아 단독적으로 갤러리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 혼자 월세 내고 운영비를 부담하며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광양시 등 관련 기관의 지원도 없이 이른바 ‘가오’있게 잘 운영한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3년간은 인근 주민들이 장사는 안하고 왜 돈 안 되는 일하냐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었다”며 “그래도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고 했다.

미담 갤러리는 전시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관을 해오고 있다. 김 대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화실 수강료, 벽화를 그려서 번 돈을 모아 외부 작가 교류전과 초대전을 여는 등 무료 대관도 수십회다.

매년 20회 이상 이곳에서 전시를 해오고 있으니 단순 계산해도 100번 넘게 전시회를 열었다.

작은 미술관이 들어선 뒤 변화도 찾아왔다. 주민들이 찾아와 조그만 골목에 예술이라는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는 칭찬은 물론 다음 작품과 전시는 언제냐고 묻는 등 예술의 문턱을 낮췄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의외로 그림 관련이나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미담 갤러리가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워지고 문화가 피어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업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작가의 작품을 팔고, 작가와 갤러리의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상업갤러리를 운영하는 게 맞다”면서도 “타고 나길 상업적이지가 못해서인지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아직도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각종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 경제적으로 도움은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정해진 틀에서 운영해야 하는 만큼 미술관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잃게 되는 부분도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 이 공간이 유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민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문화공간이 동네에 한 곳쯤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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