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관4천46.3㎞ 중 20년 이 상 2천13㎞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판도라 상자’
“수돗물의 안정적 생산공급”…구호 수준
정수시설·관망시설 자격 갖춘 인력 全無
대신 9급 행정직 2명 정원에 현원 26명
정원 0명인 공업직 21·시설직 14명 배치
市감사위, 최근 특정 감사 벌여 결과 주목

 

지난달 12일 주암댐을 원수로 사용하는 덕남정수장 송수관로 벨브 고장으로 광주 4개 자치구 2만8천576가구에 수돗물 공급 중단과 5만7천여t의 수돗물이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지속되는 가뭄으로 한창 물 수요 저감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시민들에게는 적잖은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남도일보 취재 결과 이 같은 상황은 향후에도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것이어서 혁신 수준의 대책 없이는 더 큰 사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19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사고 후 148만 시민이 이용하는 수돗물의 안정적인 생산·공급에 큰 걸림돌은 고질적인 노후상수도관에 있는 것으로 보고 관망관리체계 고도화에 역점을 두겠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도·송수송관로(113.8㎞)와 배급수관(3천932.2㎞)가운데 20년 이상된 노후관 229㎞를 2021년부터 2026년까지 1천332억7천400만 원을 들여 정비하기로 했다. 작년의 경우 85억3천800만 원을 투입해 28㎞, 올해는 114억6천400만 원으로 31㎞를 진행하려는 것도 연차 계획의 일환이다.

문제는 전체 상수도관 4천46.3㎞가운데 노후상수도관이 49.7%인 2천13㎞를 차지하고 있어 이같은 수준으로는 사실상 시늉만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급한 불을 끄겠다’며 노후관으로 자연 발생되는 누수율을 낮추기 위해 누수탐사와 유지관리 명목으로 연간 10억 원 가량을 투입하고 있으나‘언발에 오줌누기’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는 하듯 노후 상수도와 관련성이 깊은 시의 누수율은 2022년 말 기준 8대 특·광역시 평균 3.7% 보다 높은 5.7%(누수량 로 도시 규모가 비슷한 대전(1.5%)는 물론이고 서울(1.8%)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수율은 90.4%로 8개 특·광역시 평균 93.2%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인력관리 문제에 있어 보인다. 상수도사업본부의 일반직 총 정원은 299명으로 현원은 96.3%인 288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청원경찰이 26명, 검침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공무직 106명으로 사실상 전체 근무 직원은 410명이나 된다.

반면에 정작 가장 필요한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상수도 정수시설·관망시설 인력은 지난 2007년 이후 단 한 명이 없다.

3년 전 시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당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2부6과5사업소로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4급 시설직 전면 배치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결과적으로 이를 보완할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총 정원과 총 현원의 머릿수만 대충 맞추어 놓았을 뿐 정원과 현원과 현격한 차이도 엉터리 조직 운영의 실태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7급 행정직은 정원이 28명인데 현원은 22명이고 8급 행정직은 30명 정원에 현원은 11명 뿐이다. 공업직은 28명 정원에 현원이11명에 그쳐 7명이나 결원이다.

반면에 7급 운전직은 4명 정원에 현원이 무려 9명이어서 5명이나 과원이고 9급 행정직은 2명 정원에 현원이 무려 26명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9급 공업직과 시설직은 정원이 없으나 현원은 각각 21명과 14명으로 넘쳐난다.정작 필요한 수도기계나 전기, 화공직은 전무한 대신 특정직류만 집중적으로 편성된 것이다.

정수장 인력과 공무직 대부분이 임용 후 퇴직 때까지 한자리에서만 근무할 뿐만 아니라 검침업무의 경우 고참들이 노른자위 지역을 독점하면서 직원들 간 누적된 갈등은 업무에 대한 역동성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상수도 업무와 관계가 크게 떨어지는 업무 불부합 직렬의 배치도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다. 장기 질병 보유자를 집중적으로 사업소나 직속기관으로 내려 보내는본청의 오랜 관행이 고착화된 탓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직 내에서는 언제, 어느 땅속에서 노후관이 터질지 몰라 늘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내부 일각에서는 “조직의 역대 수장들이 사명감을 갖고 노후관 교체와 내부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모든 것을 운에 맡기고 폭탄 돌리기에 급급한 결과”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전문성 부족으로 노후관도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어 늘 소극적인 태도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후관은 말 그대로‘판도라 상자’와 다르지 않아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땜질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시설관리 직류 정원 조정과 정원을 조정하고 전문적인 외부인력 채용을 추진할 방침”이라면서 “조직운영 활성화를 위해 정수장, 공무직 순환 보직과 업무 불부합직렬의 직종변경을 통해 업무역량을 제고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 감사위원회는 수돗물 유실 사태와 관련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특정감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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