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보편적 접근권 명분
전국 자치단체 10여곳 설치 추진
4개 시·군 경쟁 지리산 가장 ‘후끈’
같은 권역 지자체 합의가 성사 관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환영 현수막 물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최근 조건부 동의로 통과된 것과 관련해 강원도청 앞으로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는 모습./연합뉴스
지리산을 관통하는 군도 12호선 도로 모습. 전남 구례군은 많은 차량 통행에 따른 환경훼손 방지와 지리산 방문자의 안전, 관광활성화를 통한 지방소멸 위기 대응 차원에서 지리산 온천랜드와 성삼재 주차장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구례군 제공

강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통과는 광주·전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관광자원 확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보편적인 문화향유 접근권 등을 들어 시민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케이블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색케이블카 심의과정에서 이전보다 환경영향평가 이행 조건이 완화되자, 케이블카 사업을 저울질하던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다.

◇오색케이블카로 재추진 점화

23일 전국 지자체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케이블카(관광용)는 총 41곳이다. 서울 중구 남산케이블카가 1962년 5월 12일 국내 최초로 준공된 이후 2015년까지 53년간 국내 케이블카는 20곳에 불과했으나 최근 불과 7년 사이 2배 넘게 늘어났다.

현재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거나 논의·검토중인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10여 곳에 달한다. 지리산 권역인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함양군을 비롯 소백산이 있는 경북 영주시, 서울 도봉구의 ‘북한산 케이블카’ 등이다. 전남 영암군도 월출산 케이블카 재추진 여부로 관심을 받고 있다.

가장 핫(hot)한 지역은 국내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이다. 지리산 케이블카는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군, 경남 산청·함양군 등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오랜기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이 케이블카는 서로 자기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는 입장에 30년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2012년 6월 제97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일부 환경적인 문제 ▲지리산권 지자체간 과열경쟁을 이유로 케이블카 사업을 보완조건부 부결한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지리산 케이블카는 오색케이블카 허가에 따라 설치 움직임이 재점화됐다. 구례군은 올해 안에 노선을 조정해 국립공원위원회에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산청군, 함양군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남에는 최근 박완수 지사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을 공식화할 만큼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구례, 공원계획 변경 신청 계획

구례군은 오색케이블카의 조건부 승인에 발빠르게 케이블카 재추진에 나섰다. 타당성 용역을 준비하는 등 케이블카 재추진을 본격화했다. 구례군은 1990년 3월 교통부로부터 지리산온천관광지조성계호기에 삭도(케이블카) 설치 승인이 난 뒤 그동안 4차례 국립공원계획 변경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으나 모두 반려됐다. .

구례군은 여러차례 보완에도 매번 환경부 문턱을 넘지 못한 만큼 이번 용역에서 케이블카 노선 등을 전면 수정해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다. 검토중인 케이블카는 산동면 온천지구와 성삼재 주차장을 연결하는 3.7㎞구간이다. 2.6㎞는 국립공원 외 지역이고 1.1㎞가 국립공원 내에 있다. 케이블카 규격은 자동순환식으로 8인승 38대로 총공사비는 500억원 정도다.

구례군 관계자는 “케이블카의 노선 등을 전면 수정해 현재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용역을 공고 중”이라며 “용역기간은 10개월로 예상하지만 최대한 빨리 당겨서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다른 지리산권 자치단체와의 입장차를 좁일 수 있느냐다. 지리산권의 각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환경부와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리산권에 4개의 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한다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전처럼 지리산 케이블카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상황만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구례군은 ‘케이블카 단일화’를 위해 지리산권 자치단체 시장·군수 간담회를 4개 지자체장 전체 또는 1:1 간담회를 몇차례 가졌지만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영암, 월출산 케이블카 재추진 ‘만지작’

월출산 케이블카 재추진 여부도 관심사다. 영암군은 1996년 케이블카 설치 군민 의견조사(78.1% 찬성)를 토대로 1998년과 2012년 두차례 케이블카 설치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98년에는 환경부가 ‘월출산 국립공원 종합적인 검토 차원에서 유보 회신을 보냈고, 2012년 국립공원위원회 시범사업 선정 심사에서는 국립공원 중 탐방객(34만명)이 가장 적어 환경훼손 방지효과 미미하고, 상부 체류공간이 좁아 대규모 시설공사로 경관자원훼손이 우려되는 이유로 케이블카 시범사업 선정을 부결했다.

영암군은 2015년 7월 환경부를 방문해 케이블카 재추진에 나섰으나 환경부는 ▲탐방객 수가 최소한 200만명 이상 ▲규모가 큰(설악산·지리산·한라산·북한산 등) 자연공원 ▲스트레스 지수 및 자연훼손도가 큰 공원만 검토대상이란 답변을 들었다. 월출산은 규모 및 탐방객수(40만명)가 적고 자연훼손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함에 따라 사업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월출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만 월출산 방문객 유입확대와 관광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 대안 노선 제시, 케이블카 계획부지 위치, 주변 탐방자원과의 연계성 등 케이블카 사업 전개시 기초자료를 마련해놓은 상태다.

영암군 관계자는 “오색케이블카 승인 이후 공식적인 케이블카 설치 추진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광주와 구례 등 다른 지자체의 케이블카 추진 움직임과 중앙부처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관광객 유치 등 파급 효과 커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에 적극 나서고, 관심을 갖는 것은 관광객 유치와 경제적 파급 효과 때문이다. 일단 설치만 하면 단숨에 지역의 랜드마크로 떠올라 관광객 유입은 물론 홍보 효과가 크다는 것이 지자체의 판단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62%가 산지인 데다 경관이 수려한 곳이 주로 산과 접해 있는 것도 케이블카 증가 이유로 들 수 있다.

전남 여수 해상 케이블카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여수의 관광명소가 된 해상 케이블카는 2014년 12월 개통 이후 1천만명이 넘는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케이블카 개장 이후 여수 구도심에 있는 유람선, 오동도, 레일바이크 등도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주변 숙박시설과 음식점, 건어물가게도 케이블카 덕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3.23㎞의 국내 최장 구간인 목포 해상케이블카 역시 2019년 9월 개통 이후 3개월간 58만여명이 다녀가는 등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를 이끌고 있다. 전남 유일의 내륙 케이블카인 두륜산 케이블카도 코로나 19 이전까지 연간 이용객 30만 명에, 수익만 20억 원 이상 남기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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