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재 VS 주철현 지역구로 나뉘어 다른 목소리 내
전남 의대정원 확정도 안됐는데 지역 내 갈등만 심화
여수는커녕 의료수요 많은 동부권 유치도 물 건너갈 판

 

25일 여수 시민회관에서 열린 ‘여수 대학병원 설립, 전남동부권 의료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여수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회재 의원실 제공
25일 여수 시민회관에서 열린 ‘여수 대학병원 설립, 전남동부권 의료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여수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회재 의원실 제공

전남에 유치를 추진 중인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두고 여수 지역사회가 둘로 나뉘었다. 김회재·주철현 국회의원 각 지역구를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인 지역내 의대 신설문제는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한 목소리를 내도 어려울 판에 스스로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여수 을 지역구인 김회재 의원을 주축으로 여수대학병원과 순천의대, 광양 간호대 설립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반면 갑 지역구인 주철현 의원 측은 전남지역 의대 설립과 별개로 ‘대학 병원급 의료기관’의 여수 설치를 주장하며 제동을 거는 상황이다.

26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회재 의원은 지난 25일 여수시민회관에서 ‘여수 대학병원 설립, 전남 동부권 의료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민 대토론회는 김회재 의원과 박기영 순천대학교 의대설립 추진단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김회재 의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제가 발의한 여수 대학병원·순천의대설립 특별법안은 여·야 국회의원 12명이 함께한 법안”이라며 “여·야가 모두 전남의대 신설을 공약하고, 도민 52.2%가 순천의대 신설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기영 순천의대 설립 추진단장은 “순천의 중증 응급환자 평균 전원율이 전국 대비 272%, 목포보다도 190% 높은 편으로, 전남 동부권 의료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사고로 산재 의료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의대 유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5일 여수 시민회관에서 열린 ‘여수 대학병원 설립, 전남동부권 의료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여수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회재 의원실 제공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는 주철현 의원과 갑 지역구 소속 의원 대부분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 의원은 전남 지역 의대 설립과는 별개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 여수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2005년 전남대와 여수대 통합 당시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의대(대학병원) 설립을 약속했었다며 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철현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회재 의원 법안은) 순천대 의대를 만들어서 부속 대학병원을 율촌에 유치하자는 건데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순천 시민들 누구도 의대가 유치되면 대학병원을 여수에 주겠다는 약속한 일이 없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직 여수시의원들로 구성된 ‘여수시 의정동우회’도 가세했다. 고효주 전 의원 등은 지난 23일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회재 의원이 추진하는 국립 순천대 의대와 여수 율촌 대학병원 유치 토론회 등을 중단하라”며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대학병원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시의회도 최근 두 차례 임시회에서 김 의원의 주장과 같은 내용을 담은 ‘순천대 의대 및 여수 대학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 채택을 두고 극심한 분열상을 보였다.

결국 시의회 내부에서도 정치권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도 부족할 판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의원들을 조종해서 지역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여수시의회 이찬기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여수시의회 227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된 ‘국립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및 여수 대학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을 심의과정에서 지역 정치권의 갈등을 비판하며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제발 두 분 국회의원님들 각자의 생각이 좀 다르더라도 반성 좀 하시고 두 분들 의견부터 조율을 했으면 좋겠다”며 “두 분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것을 지방의원들한테 강요하기보다 먼저 생각하고 조율해서 또 다른 여수의 불씨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요구했다.

지역에서는 전남권 의대 설립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정치권 공조가 필수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 싸움에 밥통을 깨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수시민협은 “두 국회의원을 축으로 하는 여수시의회의 해묵은 분열은 대학병원 유치 뿐 아니라 여수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임이 명백해지고 있다”며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이때 시민들이 심판의 날을 벼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지역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사력을 다해도 전남대 의대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정작 동부권에서 주도권 싸움을 하는 모습은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차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지역민에게 그대로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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