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로드월드비전 이민자종합센터
이주민들 사이선 ‘큰엄마’ 같은 존재

 

28일 남도일보를 찾은 로드월드비전 정숙정 대표/장봉현 기자

“우리나라 사람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정 기간 내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대책 없이 길거리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등의 노동문제, 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등 이 친구들을 돕는 게 저의 보람이자 가장 큰 행복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5천만명 인구 중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섰고 결혼하는 10쌍 중 1쌍은 다문화가족이다.

그러나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대하는 것은 아직도 멀기 만하다. 주위의 도움을 받기가 막막한 결혼 이주여성과 노동자들의 삶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다.

전남 순천에서 로드월드비전 이민자종합센터를 운영하는 정숙정(63) 대표는 이주민들 사이에서는 ‘큰엄마’ 같은 존재다.

정 대표는 이주민들의 쉴 곳을 마련해주고 그들의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며 타국살이의 설움을 달랜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결혼 이주여성을 구출해 주는가 하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을 받아내 주기도 한다.

그가 외국 이주민 돕기에 나선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곤경에 빠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노동자 한두 명씩을 돕다가 ‘외국인 쉼터’를 만들게 됐다.

정 대표는 “우리도 해외에 나가면 애로점들이 많잖아요. 처음에는 오갈 데 없는 외국인 친구들 한두 명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더라구요”라며 외국인 쉼터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 11년간은 정부나 지자체의 아무런 지원 없이 순수 자비를 들여 무료로 봉사했다. 이후 2009년에는 비영리단체 ‘로드월드비전’ 이민자종합센터를 설립했다.

지금은 법무부 통합프로그램인 한글학교와 고용노동부 산업체 외국인 노동자 상담센터도 운영하며 고충 상담과 어려운 일 처리를 돕고 있다. 재가복지, 노인복지 사업도 하고 있다. 직원도 8명으로 늘었다.

“솔직히 초창기에는 큰돈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규모가 커지고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예산이 많이 들어갑니다. 법무부 등 관련 기관에서 한국어 강사비용과 상담사 급여를 지원하지만, 문제는 무료로 운영되는 센터의 운영비는 직접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로드월드비전은 지자체 예산에 의지하지 않고, 재가복지, 노인복지 사업을 하면서 번 돈으로 충당하고 있어요”라며 “오로지 이 일이 너무 좋아서 하는 건데,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길이 다있더라구요”라고 답했다.
 

28일 남도일보를 찾은 로드월드비전 정숙정 대표/장봉현 기자

정 대표가 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무엇보다 곤경에 빠진 친구들을 도울 때라고 한다.

“한 번은 새벽 2시에 다급한 전화를 받았어요. 결혼 이주 여성인데 남편이 술만 취하면 흉기로 위협하는 등 폭력을 행사한다며 보호해 달라는 거예요. 한 밤중에 갔더니 상황이 정말 섬짓했어요. 겨우 그 친구를 구출해 나왔어요. 어렵고 위급한 상황에 있는 그들을 쉼터로 데리고 와 보호해 줄 때 보람을 느껴요”

그의 바람은 외국인 이주민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무사히 모국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 친구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물론, 다치거나 사고 없이 잘 있다가 갔으면 좋겠어요”라며 “다른 바람이 있다면 이들이 특이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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