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현(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부장)

 

장봉현 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부장
장봉현 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부장

비를라카본코리아 전남 여수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이 16일 기준 45일째다.

고용노동부가 중재에 나서 오는 20일 협상테이블을 마련키로 했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커서 당장 해결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비를라카본코리아는 자동차 타이어의 주원료가 되는 카본 미세분말을 만드는 공장으로, 인도자본인 비를라가 운영하는 다국적기업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새까만 카본 분진 속에서 일하는데, 방진복과 장갑을 빨아서 재사용하고 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시달리는데도 급여는 너무 열악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장기화 배경에는 임금 인상률에 대한 노사의 입장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노조는 최저 시급 기준 기본급 25% 인상과 기존 600%였던 상여금 복원, 근무시간 개선 등을 제안했다. 반면 사측은 10%대 임금 인상을 제시한 상황이다.

통상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는 비판적인 여론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지나친 인금인상과 파업 장기화는 자칫 ‘생떼’를 부리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이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단순히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생떼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표면적으로 25% 임금 인상률은 매우 높다. 그러나 금액으로 보면 노조가 요구한 2021년 기준 시급은 1만900원, 시간 당 1천500~2천 원 정도 인상된다. 10년차 노동자 1년 연봉으로 치면 초과근무가 없을 경우 2천600만 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조건의 여수국가산단에 입주한 다른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3천600여만 원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이들의 요구가 파업을 볼모로 무리한 집단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조 측은 “사랑하는 가족과 식사 약속 한번 잡기 힘든 근무형태로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열악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여수시내 거리에서 삼보일보와 108배를 수차례 진행해 왔다. 그런데도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 그 누구도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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