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호남대학교 교수)

 

이연수 호남대학교 교수

“차린 것 없지만 많이 드시죠”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놓고 차린 것 없다니 좀 민망하다. 겸양이 지나치다.

“정성껏 차렸으니 맛있게 드세요” 경기·서울 사람들이 상차림 후에 음식을 권하면서 하는 말이다. 국적을 알 수 없는 퓨전 밥상을 앞에 두고 이 말을 들으면 약간은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재료로 만들었는데 친환경으로 키운 겁니다” “드시지요” “ 맛있죠?” 경상도에서 음식상을 앞에 놓고 흔히 듣는 말이다.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우러 나온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랑이 지나칠 때가 많다. 언론에서 소개가 많이 된 충무김밥. 김에 밥을 둘둘 말아 간간하게 해서 먹는 김밥이다. 단무지도 없다. 나는 심심하고 간도 맞지 않아 도대체 왜 이 충무김밥이 유명한지를 모르겠다. 전라도 요리 기준으로 보면 음식축에도 끼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충무김밥은 충무의 대표 음식으로 언론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음식 맛은 어떤가? 전라도 음식에 비해 경상도 음식은 자극적이기만 하고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음식에 게미가 없다. 서울 음식은 국적을 알 수 없는 퓨전 음식의 느낌이 있다. 역시 감칠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서울의 식당가에는 ‘주방장 전라도 아줌마’ 라는 문구가 눈에 많이 띤다.

10여 년 전부터 한류 열풍을 타고 K-푸드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K- 푸드의 대명사는 비빔밥과 김치 아닌가. 그리고 이것은 전라도의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전라도의 기름진 땅에서 키운 식재료, 미네랄을 잔뜩 품은 갯벌에서 나온 해산물이 어우러지니 맛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제 우리도 음식을 권할 때 자랑스럽게 “전라도가 친환경 농산물의 4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쌀이고요. 미네랄 가득한 무안 갯벌에서 갓 잡아온 생선입니다. 김치는 신안 육젓으로 담근 겁니다. 정성껏 준비했으니 만나게 드세요” 라고 자랑스럽게 음식을 대접해 보자.

홍어요리를 권할 때는 “흑산 앞바다에 잡은 홍어를 숙성한 것인데요 흑산 앞바다는 무기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갯벌과 모래가 골고루 깔려 있어 칠레산이나 노르웨이산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갓 잡아 회로 먹을 때는 쫀든쫀득한 맛이 일품입니다. 숙성한 홍어는 타우린이 풍부해 뇌 건강에 좋고 오메가3이 많아 면역세포의 활성을 촉진시킵니다. 아마 코로나 환자가 전라도에서 적게 발생한 것도 홍어하고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많이 드세요. 홍어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은 음식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권하자.

‘왕건이 탐낸 쌀’. 나주 남평에서 생산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시히까리 계열의 쌀이다, 기존의 통일벼 계열의 쌀에 비해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꼬들꼬들하고 찰기가 있다. 남평에서 일찍이 우렁이 농법 등 친환경단지를 조성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명품쌀로 여러번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천쌀에 비해 특별하게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천쌀은 궁중에 진상되었다는 후광 효과로 단번에 우리나라 최고의 쌀로 인정되었다. 임금님표 이천쌀 알찬미 20㎏가 7만5천 원, 남평농협의 왕건이 탐낸 쌀(일반) 20㎏가 4만 원대(인터넷 3월21일 기준)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이 우수한 품질임에도 형편없이 저평가되었다는 반증이다.

왕건이 탐낸 쌀을 스토리텔링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쌀로 만들면 어떨까? 목마른 왕건이 오씨가 샘물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서 인연이 됐다는 설화와 함께 왕건이 오씨가 나주의 기름진 땅에서 생산된 밥을 먹고 후삼국을 통일했다는 스토리텔링을 넣으면 어떨까?

진도의 바다 갈라짐을 모세의 기적이라는 네임 하나로 전세계인이 찾는 유명 관광지로 탈 바꿈한 것처럼…. 우리 전라도에서 나온 자원이나 농수축산물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K-푸드 시대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로 키워 나가자. 이제는 자랑스럽게 말하자. “맛있게 많이 드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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