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설혜(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박설혜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몇 개월 전, 하늘나라로 떠난 후에야 출생이 확인된 안타까운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세상에서 가장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존재인 엄마에 의해 아홉 살 아이가 숨졌는데, 출생신고는 물론 9년 동안 의료보험,어린이집,학교 등 마땅히 받아야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누리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제주도에서 24세, 22세, 15세 세자매가 20년 넘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살아온 사실도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들은 이른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 ‘그림자 아이들’이다. 태어났지만 행정기관에 등록하지 않아 이름도 없이 살아가는 ‘그림자 아이들’이 한해 기준으로 4천 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생 등록’은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는 출발점이지만, 현재 우리의 시스템은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부모에게 우선적으로 출생신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개인 또는 부부간의 사정으로 출생신고가 되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은 학대·방임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그림자 아이들’의 교육 및 의료·행정의 사각지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에서 출생 사실을 행정기관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이른바 출생통보제도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출생아의 약 99.6%가 병원에서 태어나고 있는데,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행정기관에 통보하는 제도가 의무가 될 경우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태어나는 0.4%의 아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가 출생신고를 하게 된다.

지난해 법원행정처 가족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생신고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 고지 건수 9천578건 가운데 납입 건수는 5천666건이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아직 과태료를 내지 않은 3천912명의 아동이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 할 뿐이다.

이러한 출산통보제로 인하여 많은 아이들이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누리면서 성장해 나가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신고의 주체가 되는 의료계에서는 출생 통보 업무로 인한 업무의 부담이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혼외 자녀 등의 문제로 출산통보제를 피하고자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당연히 생길 것이다. 또한 거짓된 정보의 진위여부, 신고대행에 따른 책임과 행정처분, 개인정보의 책임소재 등에 대한 확실한 업무메뉴얼이 없다면 의료기관의 부담이 결국은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고 존폐의 위기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출산통보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의료기관이 의료 이외의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이 정비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며, 출생신고 미이행 및 지연에 따른 행정적 처분의 수위도 새롭게 정비를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체코 등의 나라에서는 산모가 공개적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비밀출산을 시행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를 볼 필요가 있다.

매번 학대 및 방임으로 인한 사건들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가 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라는 말로 덮어버리기 일쑤이고 또 다시 비극적인 사건으로 반복될 뿐이다. 결국은 정책이 서로 대립되고 시간을 지연시킬수록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떠안게 된다. 빠른시일 내 국가와 사회가 이들의 탄생을 축복하며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져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아이들’의 권리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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