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차관, 이 직무대행에 “비상한 각오로 비상경영” 당부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추진, 3개월 가량 소요될 예정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4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참석자 소개에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사퇴를 선언했던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회사를 떠났다. 차기 사장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이정복 경영관리부사장이 당분간 사장 직무를 대행한다.

한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후 한전의 사상 최대 적자 속에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던 정승일 사장의 사직서를 수리했고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한전에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전은 19일 오전 11시께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정 사장의 이임식을 가졌다.

정 사장은 이임식에서 전기요금 정상화와 재무개선, 탄소중립,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2개 호기 준공, 안전경영 등 지난날의 노력들을 짚으며, 그간의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본사 임직원들로 가득찬 강당에서 담담하게 이임사를 밝히던 정 사장은 이임사 도중 몇 차례나 목이 매어 말을 잇지 못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임직원들은 정 사장을 보내는데 대한 아쉬움을 담은 국내외 직원들의 영상 메시지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이임식에 앞서 본사 전 부서를 돌며 일일이 모든 직원과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사장에 취임하기 전 가스공사 사장과 산업부 제1차관 등을 역임했던 정 사장은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란 점과 임기 내 한전 적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는 이유로 정치권 등에서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그동안 정 사장은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며 사퇴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지난 12일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25조 7천억원 규모의 한전 자구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사의를 밝혔다.

정 사장은 당시 배포한 입장문에는 전기요금 정상화의 당위성과 글로벌 에너지 수급대란 속에 전기요금 인상 없이 적자로 버텨왔던 한전이 국민경제 부담의 완충 역할을 한 점을 기억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 사장은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어 요금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전력의 안정적 공급 차질과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이를 감안해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한전은 차기 사장 선임 때까지 이정복 경영관리 부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또 사장 직무대행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전 비상경영위원회’가 가동된다. 이 부사장은 경기고와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한전 인사처장, 관리본부장, 상생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월27일 현 부사장에 올랐다.

한전의 차기 사장 선임 작업에는 3개월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향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기 이사회를 열고 사장 모집 방법과 일정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장 선정 절차는 이후 2차 임추위에서 서류심사, 3차 임추위에서 면접 등을 거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후보자를 3~5배수로 추리는 순이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인사 검증 및 심의, 의견을 거친 뒤, 산업부에서 최종 후보자를 통보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산업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임명 순으로 정해진다. 통상 약 3개월이 걸리는 과정이다.

그렇다보니 3분기 전기요금과 이번 한전의 비상경영체제 작업 추진은 사장 공석 상태에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업계에서는 요금 인상과 자구책 추진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에서 자산 매각,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한 임금 반납 결정 등을 약속한 것이 사장 공석 상태에서도 지연되거나 원활히 추진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2분기 요금 인상도 한 달 이상 지체됐는데, 사장 공석 상태에서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누구보다 에너지를 잘 아는 정 사장이 나가게 돼서 많이 아쉽다”면서 “후임 인선이 신속하게 이뤄져 조직이 빨리 안정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한전 사장 직무대행인 이정복 경영관리부사장에게 “모든 임직원들과 비상한 각오로 비상경영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강 차관은 “한전이 기존에 발표한 자구노력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다가오는 여름철 무더위에도 전력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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