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연(전남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

 

박효연 전남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

5월 광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한 행사는 물론, 민주주의의 가치와 발전을 위한 범국가적 행사들이 개최된다. 행사에는 공동의 문제를 고민하는 국내외 저명 학자, 연구자, 기업가, 시민 등이 참여한다. 우리는 이러한 행사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정신을 보존하며 과거와 현재의 연결에 이어 미래를 생각한다. 단순히 기념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5·18 민주화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레거시이다.

보통 유산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레거시는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시스템을 말한다. 이벤트 관점에서 레거시의 의미는 ‘올림픽 레거시’를 통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올림픽 가치의 구현 수단으로써 스포츠, 사회, 환경, 도시, 경제 측면에서 중장기적 유·무형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올림픽 레거시에 대한 자세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개최도시 선정단계에서부터 강조되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 문화, 예술 이벤트의 중심에 있는 MICE산업에서도 레거시가 화두이다. 그동안 MICE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MICE가 가진 진정한 가치는 잊은 채 단순히 몇 건의 행사가 개최되고 몇 명이 참가했는지 또는 그들이 얼마를 썼는지 등으로만 성과를 증명하려 해왔다. 그러다보니 본연의 MICE 기능인 연결과 창조의 결과물이 아닌 단기적인 효과로만 산업을 바라보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조금씩 논의되고 있던 MICE 레거시에 대해 대면행사를 개최할 수 없었던 코로나19는 변화를 촉발하는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이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중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과 측면에서 MICE 및 MICE산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광주마이스파크는 경기 고양, 인천 송도와 함께 국내 최초로 지정된 국제회의복합지구이다. 광주는 센터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MICE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광주비엔날레, 세계인권도시포럼,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 광주 ACE Fair 등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를 글로벌 행사로 키우는 것은 물론, 대규모 국제회의 및 스포츠이벤트 유치를 통해 지속적인 레거시를 창출하고 있다.

작년 광주관광재단과 전남대학교가 함께 수행한 연구를 통해 광주의 MICE산업 육성이 에너지, 반도체 등 지역특화산업 육성은 물론, 지역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광주의 MICE산업은 2019년 기준 광주 GRDP(지역내총생산)의 약 2%를 기여하였다. 또한 광주마이스파크가 위치한 광주 서구는 다른 구에 비해 관광객 소비액이 평균 3배 정도 많았으며, 2012년을 기점으로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타 지역 평균을 넘어서고 그 차이는 점점 더 늘어나 고용효과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에너지 등의 행사로 인해 광주의 전기·에너지, 화학 관련 지적재산권 점유율은 국내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도 분석되었다.

이처럼 연구를 통해 MICE산업 육성이 광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하였으며, 인권, 환경 등 글로벌 목표달성을 위한 움직임에도 MICE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MICE로 파생되는 다양한 지역사회로의 효과를 재확인하였으며, 이러한 이유로 광주시민의 약 76%가 광주의 MICE 활성화 정책이 광주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광주는 올해 광주관광재단과 김대중컨벤션센터가 통합되어 광주관광공사로의 새로운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기관 통합 목적인 글로벌 관광·MICE 도시로서 도약을 위해서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MICE 레거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면서 도시마케팅 기능을 더욱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2027년 세계사회학회 총회 유치를 통해 보여준 의지와 노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와 더불어 지역특화 MICE를 적극 발굴·육성함으로써 MICE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도시에 남겨질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광주의 문화와 잠재력, 아이디어가 MICE 관광객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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