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은(광주광역시의원)

 

정다은 광주시의원

올해도 어김없이 광주에 오월이 찾아왔다. 벌써 43번째 오월이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5·18을 기억하기 위해 수많은 행사가 열린다. 기념식, 전야제, 민주평화대행진, 추모식, 토론회, 음악회. 뮤지컬 등 각종 행사가 광주의 오월을 가득 채운다. 행사가 얼마나 많은지, 정치인들은 하루 저녁에 여러 행사를 점찍듯 돌아다녀야 할 정도이다.

그렇게 수많은 행사로 가득 찬 광주의 오월 안에, 오랜 세월 마르지 않고 고여 있는 이질적인 감정들이 있다. 오월만 되면 터져 나오는 5·18당사자들의 해묵은 울분. 그리고 그런 5·18당사자들을 향한, ‘물론 짠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짠하지만은 않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민들의 오묘한 감정이 그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의 필자는 의문스러웠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고, 5·18은 민주주의의 역사인데 어째서 국민 모두가 ‘당연히’ 계승하는 정신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광주의 대표적인 자산인 5·18은 왜 공격받고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일까? 2022년 시의원이 된 필자는 10여개월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잘 계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자주 고민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1일, 작년부터 계획했던 5·18프로젝트의 막을 올렸다.

뜨거운 오월을 더 뜨겁게 달궜던 청년 시의원들의 ‘릴레이 5분 발언’이 그것이었다. 광주광역시의회 폐회일 본회의 장에서 공직자들과 공무원들이 다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고, 뒤이어 5명의 청년의원들이 연단에 도열한 채로 25분간 쏟아낸 5·18에 관한 이야기에 시민들은 귀를 기울였다. 이 일은 언론에 의해 “젊은 의원들이 5·18에 대해 입을 모아 비판을 했다”라고 규정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당사자주의’에 관한 지적은 그날 이후 개최된 여러 토론회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필자는 작년 12월부터 “5·18은, 모두에게 상속된 정신적 자산이므로 우리 모두의 것이다”라고 주장해왔다. 상속이란, 사람의 사망이라는 어느 사건으로 인해서, 망인이 가지는 권리와 의무가 망인과 특정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의미한다. 상속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은 것만 골라 물려받을 수 없는 것이고, 상속을 피하려 꽁꽁 숨어도 상속된 유산은 어느새 본인의 것이 되어 있다. 또 상속을 해주는 사람 역시 누구누구에게만 물려주겠다고 고를 수 없다. 다시 말해 상속이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특정 효과만을 선택할 수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다.

변호사인 필자는 상속이 가지는 이런 특수함이 5·18의 경우에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좋든 싫든 선택할 수 없이 상속된 5·18은 광주에서 살아가고, 광주와 연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고 줄 것이다.

2023년의 오월. 어떤 이는, 누가 뭐라 해도 5·18의 당사자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라 말하고, 어떤 이는 그러면 5·18을 무덤 속까지 가져갈 것이냐고 되물었다. 당사자 단체의 분열과 당사자주의로 뜨거워진 오월은 전혀 식지 않은 채로 6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공법단체의 장은, 자신을 공격한 시민단체와 시장, 그리고 공무원들을 고소했다. 시민단체와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다투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주 5·18은, 여러분에게 어느새 상속되어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태어날 여러분의 후손에게도 계속 상속될 것이다. 단순히 감정적이거나 지나가버린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임이 경험상 분명하다.

그러니 광주시민 모두가 5·18을 상속받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5·18의 진실을 밝히고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토론과 공론의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주공동체가 함께 재정립한 강건한 5·18은, 비로소 세계인이 함께 기억하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우리에게 이미 상속된 5·18이 더 이상 멍에가 아닌 명예가 될 것이고, 채무나 희생이 아닌 채권처럼 당연한 권리이자 긍지가 될 것이다. 그러니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5·18을 강건하게 재정립하는 길에 시민들께서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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