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 3~1980. 3)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대 인이자 독일계 미국인으로, 사회심리학자이면서 정신분석학자, 인문주의 철학자다. 그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와 같은 책으로 유명 한, 20세기를 대표하는 사회학자다. 프롬은 스피노자처럼 ‘행복은 덕의 증거다’라고 생각한다. 그에 의하면 모든 사랑은 의지가 담긴 행동이다. 평생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연구하며 독자적으로 인간의 심연을 분석 하고 해방하려는 시도를 했다. 프롬의 사상의 특징은 프로이트 이후의 정 신분석이론을 사회 정세 전반에 적용한 것에 의의가 있는데 한국인이 좋 아하는 책 ‘사랑의 기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위키피디아]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 3~1980. 3)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대 인이자 독일계 미국인으로, 사회심리학자이면서 정신분석학자, 인문주의 철학자다. 그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와 같은 책으로 유명 한, 20세기를 대표하는 사회학자다. 프롬은 스피노자처럼 ‘행복은 덕의 증거다’라고 생각한다. 그에 의하면 모든 사랑은 의지가 담긴 행동이다. 평생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연구하며 독자적으로 인간의 심연을 분석 하고 해방하려는 시도를 했다. 프롬의 사상의 특징은 프로이트 이후의 정 신분석이론을 사회 정세 전반에 적용한 것에 의의가 있는데 한국인이 좋 아하는 책 ‘사랑의 기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위키피디아]

세월이 흘러도 사업에 변하지 않는 원리가 있다. 고객 위주의 경영이다. 결혼을 경영으로 이해한다면 부부는 경영의 파트너일까, 고객만족의 대상일까? 선뜻 대답하기 어렵지만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대상이 가장 소홀히 다뤄질 때 불화가 생긴다. 익숙함의 역설이라고 할까? 늘 곁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산다.

‘방탄소년단(BTS)’과 에리히 프롬의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지 감정적으로 끌린다는 뜻이 아니죠. 그것은 하나의 결정이고, 판단이며, 또한 약속입니다. 사랑이 단지 감정일 뿐이라면 서로 영원히 사랑하자는 맹세는 아무런 근거나 토대가 없는 공허한 염불이 돼버리는 것입니다. 감정이란 왔다가도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는 것이죠.”

방탄소년단의 맏형 격인 독서광 RM이 말한다.

“가게를 운영하며 우리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설득력 있는 말을 건네야 하죠. 상대가 물건을 집어들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가 사랑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싶었어요.”

어느 날 익숙해져버린 사랑이 낯설게 다가온다. 너무 익숙해서일까? 서로 감정의 소비가 많아서일까? 금융 계좌에서 돈이 바닥나듯, 사랑의 계좌에서 사랑이 죄다 나가버린 느낌이 드는데 왠지 ‘잘못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서글퍼질 때가 있다.

누군가는 사랑은 준비하는 단계에서만 존재한다고 했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많이 들 때가 있다.

에리히 프롬은 고개를 끄덕이며 RM의 성숙한 모습을 치켜세우며 말한다.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주자인 소설가 필립 로스는 ‘죽어가는 짐승’에서 모든 사람이 원하는 유일한 강박을 사랑이라고 표현했죠.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완전해진다고 생각해요. 마치 각각 다른 두 영혼이 하나로 뭉쳐 플라토닉 사랑으로 결합한다고 생각하죠. 물론 그런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사랑을 이루기 전까지만 완전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잘나가는 배우이기도 한 귀염둥이 뷔가 말한다.

“맞아요. 솔직 담백한 이야기라 좋네요. ‘사랑이란 게 뭘까, 인생이란 게 뭘까’ 뭐 그런 생각을 하는데 말씀처럼 사랑하기 전에 완전했다가 완전해지면 금이 가 깨지는 게 사랑이라면 실망할 것 같아요. 전 음악으로 인생을 늘 표현하고 싶은데 그 가운데 사랑이 큰 자리를 차지하거든요. 사랑을 유지하려면 많은 인내와 노력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해 많은 사람이 사랑의 조언을 하죠. 그런 사람들을 위해 프롬 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에리히 프롬은 뷔를 보며 ‘참 잘생겼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다.

“자기의 시각으로 보는 조언은 필요 없죠. 우리는 정말 타인이 자기와 맞는 사람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게 헤어질 확률을 줄여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20~30년 이상 다르게 살아온 인격체가 자기와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죠. 서로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자세가 돼 있어야죠. 윈스턴 처칠이 그의 아내 클레멘타인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만약 사랑의 계좌가 있다면 나는 당신에게 진 빚으로 벅찰 것이오.’”

사랑이 무너지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이 무너지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도, 결혼도 하면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상대를 자신의 상품가치에 매료되게 만들어야 한다.

말만 보면 처칠은 평생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록인(Lock-in) 효과의 대상처럼 아내에게 헌신한 것처럼 보인다.

방탄소년단 모두가 너무 심한 아첨이라고 생각했는지 웃는다. 처칠은 회의에 지각하면서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클레멘타인 같은 여성이 있다면 회의에 지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셀럽’ 1위에 선정된 정국이 웃으며 의미 있는 말을 던진다.

“사람을 고객처럼 소유하려 하면 피곤할 것 같긴 해요. 하하. 자기에게 딱 맞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사람이란 게 다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고, 자기애·타인애·인류애를 갖춰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헌신하라, 그러면 사랑이 열릴 것이다. 그런 마법을 항상 기억할게요.”

에리히 프롬은 사람들이 사랑을 배우지 않으려는 이유를 제시한다. 사랑의 문제를 어떤 이들은 사랑받기 위한 것으로 한정해서 생각한다. 그런 사고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는 데에 장애가 된다. 주는 것만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적 사고에 익숙하다면 사랑을 온전히 배울 수 없다.

사랑은 비용과 편익으로만 계산하는 결혼경제학의 대가 게리 베커의 말과 달리, 등가의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랑의 문제는 능력의 문제이지, 대상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는 능력만 있으면 되지, 그림 그려야 할 대상까지 제대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능력만 있다고 그릴 수 없다. 자기에게 맞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이때 대상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대상만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을 거래관계로 보고 나를 만족시키는 최상의 상품을 찾듯이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적 사고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과는 거리가 있다.

사랑은 지속의 문제이다. 처음 만났을 때 초기 연애감정으로 사랑을 하듯 부부관계가 이어진다고 하면 오산이다.

사랑은 맞춰가는 것이고, 서로의 단점도 사랑하는 것이다. 권태기도 올 수 있고, 심한 불화도 올 수 있다. 이런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감정도 들 수 있다. 그러한 오만과 편견은 고쳐 허물 필요가 있다.

에리히 프롬의 진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사랑은 무척 어려운 기술입니다. 성숙한 사랑은 고유의 인격체로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죠. 내가 상대방의 일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내 소유물로 되는 것도 아니에요. 서로는 대등한 관계로 서 있어야 합니다.”

물건을 준다고 하면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빼앗기는 것을 말할 수도 있지만 사랑을 주는 행위는 상대방이 풍성하고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게 만드는 발로로 작용한다. 에리히 프롬의 대화가 계속된다.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제대로 사랑할 줄 압니다. 자기 소외로 힘겨운데 타인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사람은 쉽게 동료나 다른 이에게 소외되는 느낌을 일상에서 지울 수가 없을 겁니다. 사랑은 평생에 걸친 연습으로 연마가 가능한 기술입니다. 사랑은 자아도취의 태도를 극복해야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수 있죠. 사람과 사물을 그대로 보고 자기의 시각으로 보거나 배우려고 하지 마세요. 겸손, 객관성, 이성을 견지해야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습니다. 나아가 사랑에는 확신, 견고함,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기애와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확신이 서야 실망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신념을 가져야 사랑을 제대로 볼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랑의 확신에 대한 자기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그런 신념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나요?”

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엄청난 기회로 시작했다가 실망과 실패로 끝나는 게 사랑이라면 얼마나 허무하겠어요. 살벌한 부부생활을 토로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연애에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은 우리에게 사랑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늘 생각해요.”

방탄소년단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추천했다. 자기애와 인류애를 말하는 그들은 사랑의 기술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그들 노래에 잘 녹여 놓는 것 같다.

우리는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즉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사랑받는’ 문제로 여긴다. 연인이나 부부나 쉽게 생각하는 오류다. 광고, 영화, 드라마 등은 온통 사랑으로 넘쳐나는데도 사람들은 좀처럼 질리는 법이 없다. 사랑에는 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사랑이 쉽게 소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 속에는 참 위대한 힘이 있다. 부부가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오해는 때로는 무지에서, 배우지 않으려는 데에서 온다. 어설픈 감정은 폭발적이지만 사랑이란 기술은 그 감정을 조용히 제압할 수 있는 삶의 무기다.

에리히 프롬이 경제학자를 다소 회의적인 눈으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함에도 방청객인 한 경제학자가 에리히 프롬에 매료된 듯 생각에 잠긴다.
 

빌프레도 파레토
빌프레도 파레토

그는 ‘파레토 최적’과 ‘파레토 법칙’으로 유명한 빌프레도 파레토가 이런 말을 조언하는 것을 생각해본다.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이라는 게 있어요. ‘80 대 20 법칙’이라고 하죠.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20%의 고객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이 말을 사용합니다. 이 용어를 경영학에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조지프 주란인데요. 그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富)의 80%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휴대폰을 보세요. 통화한 사람 중 20%와의 통화시간이 총 통화시간의 80%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20%에서 당신 연인과의 통화는 얼마나 되나요. 그 통화시간이 세월이 흘러도 변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이를 ‘사랑의 파레토 법칙’이라고 주저 없이 부르고 싶습니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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