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환(남도일보 선임기자)

천창환 남도일보 선임기자
천창환 남도일보 선임기자

돌발상황은 없다. 지난 3월 보성서 막을 연 전남도의 ‘도민과의 대화’는 순항 중이다. 도내 22개시·군 중 10곳서 행사가 치러졌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도민과 더 가까이, 행복한 만남’을 내걸고 도민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가 가는 곳마다 환대 일색이다. 김 지사는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 지역특산물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서 ‘세일즈맨’을 자처하기도 한다. 행사장 앞에 해당 지역특산물이 전시됐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들과 나란히 앉아 시·군의 현안을 들으며 행사 시작을 알린다. 이윽고 대형화면 앞으로 나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도정을 보고한다.

현장 참가자 100여 명과 인터넷 영상 참가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즉문즉답도 펼친다. 김 지사의 관록이 빛을 더한다. 10여 명이 한꺼번에 손을 들고 발언이 잇따르지만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이라도 한 듯 시원스럽게 대답을 내놓는다. 금방이라도 장밋빛 미래가 손에 잡힐 듯하다.

전남도가 밥상을 잘 차린 것 같다. 손질된 음식 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이 조리법과 함께 담겨있는 밀키트는 요란한 부엌에서 투박하게 담긴 음식이 내는 맛을 낼 수 없는 법이다.

한 달 이상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김 지사의 일정표를 보면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정교하게 짜 맞춘 이들의 노고도 읽힌다. 소통이 잘된다고 알려진 단체장 순서대로 일정이 잡히고 있는 건 우연만은 아닌 듯싶다.

전남도가 보기 좋게 차린 밥상에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나 아직 일정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시·군의 현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도민과 대화서 문제는 늘 예산이다. 한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도지사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크기가 정해진 그릇에 모든 것을 다 담아낼 수는 없을 터다.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듯 예산확보에 애를 쓰고 있는 김 지사는 누구보다 예산의 절박함을 잘 안다. 그런 그는 이 때문에 도민과의 대화에 배석한 실·국장들을 곧잘 불러세워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사업의 시급성을 보고 우선순위를 고려해달라고 지시한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운 사업의 경우 국비사업 공모를 제시하기도 한다. 청중들의 박수가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지사가 고민하고 풀어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다.

이처럼 번거로워도 모두가 끄덕거릴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을 같이 토론하며 한 번씩 담아보려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도민과의 대화가 자꾸 미뤄지고 있는 시·군 단체장의 고민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한 청년 농업인과 늘어나는 빈집으로 공포감마저 느끼는 마을 이장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도지사의 손을 이끌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도민들은 어디에 있나.

도민들에게 도지사와의 만남은 앞으로 희망을 위한 발판이다. 내 고장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지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주민들은 안다. 그래서 앞다퉈 손을 들고 외치는 것이다.

도민과의 대화가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오고 가는 목소리를 꼼꼼히 챙겨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과를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의 엄중함은 도민들의 기억뿐 아니라 기록으로 남아 전해진다. 언제든 누구라도 꺼내 볼 수 있다.

도민과의 대화가 거칠고 투박해도 손맛이 느껴지는 행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도민과의 대화를 마치면 김영록 지사와 도민들이 서로서로 힘을 얻고 희망을 일구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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