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기(전 광주광역시의회 부의장)

 

진선기 전 광주광역시의회 부의장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치의 중요성을 망각하곤 한다. 뉴스에 보도되는 일부 정치인의 일탈을 모든 정치인의 본말이라 착각하여, 정치인을 가리켜 ‘세금도둑’이라 비난하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가난과 독재의 연쇄를 끊어내고, 대한민국을 선진 민주사회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 또한 정치의 역할임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서부 개척 시대를 살아가는 개척민의 삶을 들여다보자. 국가의 행정 및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개척민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장을 해야 했다. 국가가 개인을 지켜줄 수 없기에 사적 복수로도 연결될 수 있는 자력구제를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전통이 현재에까지 이어져 각종 총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우위에 있던 수많은 국가들이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경제적 파국으로 치닫는 일 또한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대규모 파병을 통해 나토 가입국 지위를 얻어내어 경제적인 부흥을 이끌어 갔던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현재 상황을 보자. 당시엔 분명 대한민국보다 훨씬 선진국이었던 두 나라였다. 그러나 그리스는 2015년 디폴트를 선언한 뒤 아직도 경제위기의 여파를 다 회복하지 못 했고, 튀르키예는 기록적인 물가상승률을 경신하는 중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2000년에 국민소득 1만2천달러를 돌파하고, 2010년에 2만3천달러, 2021년에 3만5천달러를 넘어서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10년 마다 큰 폭의 성장을 이루어낸 셈이다. 일반적인 개발도상국들이 1만5천달러의 벽에 가로막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에 비해 대한민국은 그 벽을 계속 깨왔던 것이다.

이러한 위대한 성장의 기반을 조성하고, 또 미래를 향하는 문을 열어가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다. 국가의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탐욕에만 빠져 있었던 국가들은 결코 꿈도 꾸지 못 했을 성장을 우리는 이루어냈고, 이뤄나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과에만 안도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위험할 정도로 떨어진 합계출산율과 저성장에 들어선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온 역량을 집중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빌딩을 짓기 위해 정치인은 기반을 다지고, 골조를 세우고, 내장재와 외장재를 채우는 등의 모든 영역에 개입하여 점검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의 인물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작게는 본인의 지역구부터 크게는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법령과 제도를 정비한다.

현대 사회는 결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할 수 없다. 수많은 관계 기관이 서로 긴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이들이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문제없이 대한민국을 운영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해나가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다. 더불어 주권자인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받는 주민이 없도록 세밀히 살피는 것 또한 잊을 수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소수의 영웅적 행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쌓이고 쌓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긴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것인지, 또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재현할 것인지 말이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도약할 수 있게, 모두의 역량과 저력을 모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자, 우리의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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