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익(전라남도의원, 더불어민주당·비례)

 

최동익 전라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

농수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태풍·가뭄·홍수 등 자연재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생산량 조절이 어려운 반면, 필수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가격 변동성이 매우 높다. 특히 최근에는 농수산물 생산이 줄어 가격이 폭등할 경우 물가안정 명목하에 수입 혹은 비축 농산물 방출로 농어민은 이익을 보기 어려운 반면, 과잉생산으로 가격 폭락 시 그 피해의 상당 부분을 농어업인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농어업인은 소득 보전이 어려워졌다.

또한, 이상기후로 농수산물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농기자재 가격 급등과 만성적 농어촌 고령화로 인한 고질적 구인난까지 겹쳐 경영비가 치솟는 첩첩산중 위기에 봉착해 있다. 즉, 각종 종자와 비료, 농약, 인건비, 임차료 등 경영 비용 일체가 동시다발적으로 급상승했으나 정작 농수산물 도·소매가격이 이에 미치지 못해 실소득이 거꾸로 가는 이상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이제는 최저가격만이라도 보장해달라는 현장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게 요즘 농어촌의 현실이다.

농어촌 하루 일당이 코로나 이전 2020년보다 50%가량 오른 15만 원 선에 형성되고 농번기에는 두 배를 얹어준다 해도 인력을 구하기조차 힘들다. 또 비료 한 포(20㎏)당 가격이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으며, 유류대 등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로 폭등했다.

이 같은 최악의 여건에도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무관세 수입까지 대폭 늘리면서 국내산 농산물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되었다.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결국 농어업 포기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수취가격 보장 없이는 식량안보를 지키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것과 같이 농산물의 수급 안정 대책 마련은 국가의 고유사무이다. 또 ‘지방자치법’ 제15조에서도 농산물, 축산물, 임산물, 양곡 수급조절 등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무로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처리를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기본적인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수산물 수급 조절은 국가의 존폐가 달린 중요한 사무임에도 현 정부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농어업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면서 농어촌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불안정하고 복잡한 대내외적인 위기에 내몰린 지금의 농어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는 애써 키운 농수산물이 제값을 받고 걱정없이 안심하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수산물 최저가격 보상제도’는 정부가 농수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해 농수산물 시장에서의 불안정성과 생산자의 손실을 완화해 지속가능한 생산 활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도입이 시급하다.

올해 초 기준 전국 77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주요 농산물 가격안정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농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63개 자치단체에서는 조례안에 최저가격보장제 근거 규정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농수산물 수급 자체가 전국적으로 시행해야만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국가 사무로 반드시 정부가 나서야만 한다. 정부가 가격지지 정책을 도입하고 국가 차원의 농어업인 소득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국내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농어업인의 영농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히 국회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해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농산물 생산에 따른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19건을 발의했다. 이는 모두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여태껏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에 있다. 21대 국회가 불과 10개월 남은 상황에서 만약 21대 기간 내 처리되지 못한다면 이 법안들은 모두 폐기될 것이다.

그렇기에 국회는 서둘러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즉시 심사해 지속가능한 농어업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최소한의 수취가격이 보장될 때 농수산물 가격이 폭락해도 농어업인이 다시 씨를 뿌리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안전한 밥상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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