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다름이 아니오라 저에 대한 형집행(刑執行)을 한 식경만 늦추어 주시오!”
홍계관이 소리쳐 말했다.
“하하하하하! 한 식경이라! 듣자 하니 너는 신통한 점쟁이였다고 하는데 아직 저승문이 아니 열리기라도 했단 말이더냐?”
칼을 든 망나니가 눈을 부라리고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하! 그렇지요! 나리가 어찌 그것을 아시나요?”
홍계관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놈의 짓을 십 년을 했으니 이제 문리(文理)가 터질 때도 되었을 것이 아니냐? 아하하하하하!”
망나니가 칼을 휘익! 허공중으로 휘두르며 한 바퀴 빙글 몸을 돌며 말했다.
“그 그럼! 한 식경 늦춰 주시는 거지요?”
홍계관이 다급하게 말했다.
“으하하하하! 오냐! 좋다! 눈먼 소경으로 살아오기 힘든 세상살이였겠지! 내 오늘은 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그 공덕으로 후생(後生)에는 평안한 가정에 태어나 살고 싶구나! 어떠냐? 이놈아! 내 점괘 한번 뽑아 보아라!”
망나니가 이리 빙글 저리 빙글 돌며 칼춤을 추며 말했다.
“아암! 그렇지요! 죄진 놈들 단칼에 목을 날려 마지막 저승길을 평안하게 보내주신 그 공덕으로 나리께서는 다음 생에는 분명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의 명운(命運)을 타고날 것이로군요!”
홍계관이 소리쳐 말했다.
“그래! 그 말 참 듣기 좋구나! 좋다! 내 한바탕 칼춤을 추어 보자!”
망나니가 신이 났는지 겅중겅중 날뛰며 칼춤을 추었다.
그 시각 사형장으로 홍계관을 보낸 왕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통한 점쟁이라고 소문이 난 홍계관이 어찌하여 항아리 속의 쥐는 잘 맞추고는 몇 마리가 들어있는지는 알지 못했더란 말인가? 순간 왕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혹여 그 쥐가 암쥐라서 뱃속에 새끼를 배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기에 한 마리를 네 마리라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 쥐의 배를 갈라보면 될 것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번뜩 미친 왕은 쥐가 든 항아리를 관리한 신하를 부리나케 불렀다. 신하가 오자 왕이 말했다.
“지금 당장 그 항아리 속에 든 쥐가 암쥐라고 한다면 그 배를 갈라보아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