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산업은행 재무 건전성마저 위협
“기업 대출 여력 감소로 이어질 우려 높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산업은행 제공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산업은행 제공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손실은 6조9천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진단했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2021년부터 누적된 영업손실이 45조 원에 달해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실정인 것이다.

정부는 이미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올 3분기에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정상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다. 5월 인상률도 ㎾h당 8원으로 한전의 경영난에 견주면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에너지 가격을 올린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비가 계속 유지됐고 이는 한전에 엄청난 적자를 가져왔다”며 “이 상태로는 올여름에도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면서 전기료 폭탄 사태마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왜곡된 요금 체계에서 불거진 한전 적자 문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재무 건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 탓에 한전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도 함께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한전 적자 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산은의 기업 대출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국회와 한전 등 남도일보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은행의 BIS 비율은 지난해 말 13.40%에서 올해 3월 말 13.11%까지 떨어졌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11.38%) 이후 가장 낮다. 2020년만 해도 16%에 육박하던 산은의 BIS 비율은 지난해 말 13%대 수준까지 주저 앉았다. 금융 당국이 재무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권고하는 13%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산은의 BIS 비율이 곤두박질친 것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가 직격탄이 됐다. 산은이 한전 지분 33%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지분법 평가에 따라 한전 적자는 지분율만큼 산은의 손실로 계산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1조 원 손실은 지분법상 산은 BIS 비율을 0.06%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문제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 대출 여력도 떨어져 기업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업계의 한 인사는 “산은의 BIS 비율이 13%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일선 지점의 기업여신 담당 부서들은 리스크 한도에 여유가 없어 신규 여신은 못하고 기존 여신 연장이나 대환만 해주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전 적자가 지난 한 해만 32조원을 넘기면서 기업 지원 여력도 40조 원 넘게 감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은 후순위채와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전 적자 해소와 같은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예고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 시점인 2026년까지는 산은도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대로는 해결책이 없다”면서 “우선 공석인 한전 사장을 조속히 임명하여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전기요금의 현실화 등 정부의 특단 대책 또한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갑제 기자 kkj@namdonews.com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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