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호(전남도 교통기획팀장)

 

이석호 전남도 교통기획팀장

전남도청이 남악으로 이전해 오면서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목포∼무안 택시운송 사업구역 통합이다. 택시운송 사업구역이란 택시면허를 받은 운수종사자가 그 면허를 받은 지역 내에서만 운송사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사업구역 내 지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해당 사업구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승객을 태우고 사업구역 내에 승객을 내리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받는다. 귀로 영업을 말하는 것이다.

목포와 남악 신도시는 서로 인접해 있어 동일 생활권으로 봐도 무방하다. 도청 이전 초기에 같은 생활권임에도 택시요금 체계가 다르고 할증요금이 부과돼 많은 주민들의 원성이 잦았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목포시 택시 기본료는 3천300원이고 무안군 기본료는 4천원이다. 남악에서 목포로 이동하는 승객은 기본요금이 4천원부터 시작된다. 목포에서 남악으로 이동하는 승객은 무안 경계 지역부터는 35%의 할증요금이 부과된다. 주민들의 불만이나 민원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지역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운수종사자 사이에서는 사업구역 위반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구역 밖에서는 영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빈차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몰래 영업을 하다 적발돼 과징금 처분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운수 종사자간 서로 감시하고, 신고하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그것이 지금까지 반복돼 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목포∼무안간 택시운송 사업구역이 통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사업구역을 달리하고 있는 양 시·군 택시업계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포 택시업계에서는 전체 통합을 원하는 반면 무안택시업계는 부분 통합을 원했다. 택시면허 대수가 1천500대에 이르는 목포에 비해 137대인 무안군에서는 목포택시 감차를 요구했다. 택시 호출앱 출시를 놓고도 갈등이 이어졌다. 목포시에서 낭만콜을 출시하자 무안군에서는 무안콜을 내놓았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불편하고 택시 업계간에는 상호 사업구역 위반 신고를 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행정력을 낭비해 왔다.

필자가 가장 안타까워 했던 것은 택시운수종사자 상호간에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이다. 요즘 모두가 다 어렵다고들 한다. 그중에서도 운수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은 더 할 것이다. 연료비는 올라가고 택시요금은 4년 이상을 동결해 왔다. 하루 운전하면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푸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거기에다 사업구역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게되면 4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런 갈등관계가 이어지고 민원이 빗발치자 전남도와 목포시 무안군 등 행정기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택시업계 간담회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려 했으나 5차례나 무산됐다. 민관 협의체도 구성했었고,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TF도 구성해 운영했었다. 개인·법인 택시업계 대표자 면담, 개별면담, 여론수렴 등 수십 차례를 시도했으나 합의안을 이끌어 내는데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이 무려 17여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이다.

택시운송 사업구역을 통합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먼저 주민들 입장에서는 공동생활권인 남악신도시 사업구역 통합으로 인해 요금·운행 구역을 둘러싼 택시 이용객 불편이 없어진다. 택시 업계 측면에서 보면 사업구역 위반행위 등 지속적 분쟁·갈등이 해소된다. 또한 사업구역 통합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돼 수익이 증대된다. 공동생활권인 남악·오룡 신도시뿐만 아니라 향후 무안군과 전체 통합이 된다면 영업구역이 대폭 확장되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에서는 주민 및 택시 운수종사자의 민원이 대폭 줄어 행정력 낭비를 예방할 수 있다.

목포∼무안 택시운송 사업구역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전남도에서는 이번 추경예산에 목포∼무안 택시운송 사업구역 통합을 위한 인센티브 지원금으로 6억5천만원을 반영했다. 목포시와 무안군은 택시운송업계 의견을 들어 택시장비구입 또는 처우개선에 사용할 방침이다. 양 시·군 택시업계 측에서도 찬·반 투표에 참석하기로 합의를 해줬다. 찬·반 투표는 투표의 공정성과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겨 모바일 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제 지금까지 쌓여온 해묵은 갈등과 분쟁을 끊어내야 한다. 목포∼무안 택시운송 사업구역 통합, 지금이 적기다. 이 모든 것은 오롯이 목포·무안 택시 운수종사자 손에 달렸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대승적 결단을 통해 17여년 해묵은 갈등과 분쟁이 종식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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