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세상사란 이렇게 전혀 뜻밖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인가 보옵니다! 자 하잔 드시지요!”

김선비가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말했다.

“그게 인간사이지요. 어떤 한 사람을 만나 평생 즐겁게 살다 죽겠거니 하였는데 매정하게 먼저 죽어 가버리기도 하고, 이렇게 난데없이 뜻하지 않는 인연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었으니 알다가도 모를 것이 인생사 아닌가요?

여인이 김선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허흠! 참으로 그렇군요. 한때 맑았던 날이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흐려져서 천지분간(天地分揀)을 하지도 못하게 비가 내리듯이 이게 인생사인가 보옵니다!”

김선비가 말했다.

“비가 내려 사방이 어두운데 또 갑자기 해가 뜨고 맑게 개기도 하는 것이니 사람의 머리로 어찌 그 깊이를 다 알 수 있겠습니까? 천지이치(天地理致)를 죄다 깨우친 도인(道人)이나 그것을 알까 싶군요!”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그 이만갑이란 점술가(占術家)가 참 용하기도 하옵니다! 이리 우리의 만남을 예견하였으니 말입니다!”

김선비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이제 편안하게 한잔 쭉 드시지요. 드시고 시나 한 수 읊어보시지요?”

여인이 술잔을 입술로 가져가며 말했다.

“하하! 좋습니다! 난생처음 맛보는 인생의 즐거움입니다!”

김선비가 들었던 술잔을 입술로 가져가며 말했다.

“사실 우리 윗대 조상님 중에서도 조정에 출사하였다가 난세를 만나 간악한 간신들의 모략에 걸려 다친 분들이 더러 있었지요. 그래서 선비님께 그런 질문을 좀 전에 드렸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녀 세상에 출사하여 혼탁(混濁)한 시류(時流)를 타고 요행히 기망득세(欺妄得勢) 하여 부와 권력을 누리며 사는 것보다도, 자신을 수양(修養)하며 비록 졸박(拙朴)하게 사시더라도 그 삶이 좋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에 대하여서는 다른 마음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술잔을 비운 여인이 김선비의 빈 술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부와 권력에 대해 말해 물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어흠! 허허! 그러셨군요! 채근담에 이르기를 문이졸진(文以拙進) 도이졸성(道以拙成)이라 했지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소생은 사실 예사 여인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이제 소생도 마음을 다 놓았습니다! 자! 부인! 제 술도 한잔 받으시지요!”

여인의 말을 들은 김선비는 흡족한 마음으로 미소를 함빡 입술 가득 물고는 술병을 들고 여인의 빈 잔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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