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지난 6월 7일 지구 반대편 브라질 상파울루시 관보에 한국 관련 소식이 실렸다. 상파울루시에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하는 법안이 상파울루시의회를 통과하고 시장 승인까지 마친 것이다. 일본계인 7선의 아우렐리오 노무라 의원이 발의한 ‘김치의 날’ 제정안은 김치의 역사, 건강식품으로서 우수성,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명시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을 뿐만 아니라 식품 수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남미지역에서 ‘김치의 날’이 제정된 것은 김치의 위상뿐만 아니라 한국 식품의 위상,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매우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김치의 날’은 지난 2021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정된 것을 시작으로,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해 버지니아주, 뉴욕주에서도 공식 기념일로 제정됐다. 상파울루시 ‘김치의 날’ 제정으로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글로벌 김치의 날’을 제정한 두 번째 국가가 됐으며, 현재 아르헨티나와 영국, 몽골 등에서도 ‘김치의 날’ 제정이 추진 중이다.

어느 나라에나 자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피자와 파스타가, 인도에는 커리가, 일본에는 스시가 있다. 김치는 두말할 나위 없이 대한민국의 대표 전통식품이자 우리 국민의 소울푸드다.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해봤지만 필자는 김치보다 더 뛰어난 음식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맛으로나 영양으로나 김치는 단연 세계 최고 음식이다. 다양한 식감과 감칠맛을 지니고 있으며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 외에도 백김치, 동치미 등 종류가 많다.

대표 재료인 배추, 무 외에도 제철 농산물이나 수산물,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김치의 종류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1995년 학술용으로 조사된 김치가 336종에 달하는데, 실제 종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가 선정한 ‘세계 5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김치의 풍부한 유산균은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유산균전문가인 오카다 사나에 일본 다카사키보건복지대 교수에 따르면, 김치의 식물성 유산균은 유제품 등 동물성 유산균보다 강해서 살아있는 상태로 쉽게 장까지 도달한다. 김치 50g에 포함된 식물성 유산균은 약 17억개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달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업무협약을 하고 글로벌 김치의 날 확산에 나서기로 했다. 독도, 동해 등 우리 역사와 영토 바로 알리기 활동을 이어온 반크와 함께 공사는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의 거주국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도록 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각인시키고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내용을 SNS를 통해 배포하는 동시에 글로벌 청원 사이트에 ‘김치의 날’ 제정 이유를 담은 영문 청원글을 게시하는 등 세계인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김치를 먹고 김치의 우수성을 알게 된다면 김치의 날은 머지 않아 세계인이 함께하는 기념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김치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김수미 씨는 “소화제 대신 동치미를 먹기 때문에 우리 집은 일년 내내 동치미가 떨어질 일이 없다”고 했다. 사람은 속이 편안하면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김치는 ‘평화의 음식’이며, 김치의 날은 곧 ‘평화의 날’이 아닐까. 평화의 날, 김치의 날이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때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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