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최첨단 연구 인프라서 개·낙타·코요테 등 동물복제 연구 “낙타 150마리쯤 복제했다”
과거 연구윤리 문제 반성, 담담한 모습 “과욕이 그랬다”
“神 질서 거역한다는 비판 동의 못해,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

 

넷플릭스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 화면 갈무리

20여년 전 동물 복제 연구로 영광을 얻고 논문 조작으로 몰락한 황우석(70) 박사의 근황이 공개됐다. 황우석 박사는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의 투자를 받아 중동에 정착, 사막을 뚫고 출근하며 동물 복제에 매진하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에 출연한 황우석 박사는 UAE 바이오테크 연구센터를 오가며 ‘동물 복제’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황우석 박사는 만수르를 상관(boss)이라고 소개한 뒤 “흠뻑 서포트(후원)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고 (나를) 불러줬다”고 설명했다.

2016년 UAE 공주이자 푸자이라 지역 왕세자빈인 라티파 알 막툼의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준 것을 계기로 중동과 연이 닿았고, 지난해 10월 아부다비 생명공학연구원을 설립했다.

황 박사가 UAE에 둥지를 튼 계기는 ‘낙타 복제’ 때문이다. UAE에서 열리는 낙타 품평회에서 최초로 만점을 받은 품종인 ‘마브루칸’이 갑자기 죽자 10년 뒤 UAE 정부가 황 박사 측에 직접 마부르칸 복제를 요청한 것이다.

낙타는 오래전부터 아랍 부호들의 사랑을 받아온 동물로, 낙타 경주는 중동 부자들이 즐기는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그렇다 보니 우수한 낙타는 가격이 수억원대를 호가한다. 어느 한 왕가는 마브루칸을 사겠다며 한화로 약 26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큐에 따르면 마브루칸 복제에 나선 황 박사는 죽은 지 10년이 지난 마브루칸을 무려 11마리나 복제하는 데 성공한다. 이를 계기로 UAE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된다.

대통령 소속 낙타센터에서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는 알렉스 틴슨 박사는 다큐에서 “솔직히 말하면 진짜로 복제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 박사는 “우리는 다르다. 죽었다고 생각을 안 한다. 세포 자체는 생명이다”라며 “(과거 연구 윤리 논란은) 저의 과욕 때문이다. 그걸 가지고 누구 핑계 댈 수도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이 보기엔 제 삶의 지나온 그 궤적들이 고통도 있고 영광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지울 수 없는 저의 모습”이라며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아부다비는 동물 복제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황 박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를 대상으로 반려견 복제 사업이 진행 중이며, 낙타와 종마 복제 사업화도 앞두고 있다.

황 박사는 UAE에서 그간 낙타를 얼마나 복제했냐는 질문에 “150마리가 넘는다”고 답했다. 카메라는 메마른 사막을 뚫고 출근하는 그를 비췄다.

황 박사는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 1999년 2월 국내 최초로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송아지 ‘영롱이’(Young-long·젊게 오래 살라는 의미)와 2005년 8월 같은 방식으로 세계 최초 복제 개 ‘스너피’(Snuppy·서울대 강아지)를 탄생시킨 전설적 인물이다. 당시 전 세계는 이론적으로 인간 복제가 가능하며 유전적으로 동일한 DNA(유전자정보)를 복제해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며 그를 ‘스타 과학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2005년 5월 발표한 ‘환자 맞춤형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이 조작으로 판명돼 몰락의 길을 걸었다. 또 체세포 복제에 필요한 난자를 연구실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제공받거나 산부인과병원에 인공수정 시술을 받으러 온 여성들에게 병원비 등을 감면해 주는 조건으로 난자를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황 박사는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됐고, 과학계에서도 사실상 퇴출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20년 10월에는 정부가 2004년 황 전 교수에게 수여한 대통령상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 뒤로도 그는 동물 복제 연구를 수행했고 러시아에서 매머드 복제 연구 등도 추진했다. 두문불출하던 그는 UAE 정부 초청으로 동물 복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복제한 동물은 개과(科)를 포함해 소, 돼지, 고양이, 늑대, 코요테, 말, 낙타 등 1천600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는 다큐에서 과거의 영광과 몰락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다큐멘터리에선 황 박사가 절을 하며 수양하는 모습이나 한국을 그리워하는 모습 등도 다뤄졌다. 그는 “남들이 보기엔 제 삶의 지나온 그 궤적들이 고통도 있고 영광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지울 수 없는 저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이전에 실패했던 연구에 대해선 “누가 보면 과학은 무모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길을 무시하면 안 된다”며 “그 과정에서 또 과학적 데이터가 얻어지기 때문에 버릴 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연구 윤리 문제에 대해선 “한국 과학계, 세계 과학계에 하나의 교훈과 이정표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제가 (성과) 압박이 있었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건 비겁한 것이다”고 반성했다.

이어 “과욕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지 그걸 가지고 누구 핑계를 댈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제가 만약 다시 태어나 인생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황 박사는 과학은 없던 길을 가고 개척하는 학문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클론(유전적으로 동일하게 복제한 DNA) 기술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신의 창조질서를 거역하려는 행위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감히 누가 이 부분(기술)을 신의 영역이라고도 규정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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