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순인데도 도로 갓길을 따라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샛노랗게 핀 개나리와 새하얀 백목련, 아기자기 핑크빛으로 물들인 벚꽃까지, 새봄을 맞은 모든이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이런 날이면,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화사하게 핀 벚꽃길을 따라 봄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답답한 건물과 차들로 가득메워진 시내를 벗어나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야외로 나서보자.
시외라고 해봐야 광주 시내권에서 20∼30분이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담양 가사문학관 뒤쪽에 자리는 ‘울림산장’. 1년여만에 다시 찾은 이곳에는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정원 풍경과 주인아주머니 김광자씨(65)의 넉넉한 인심까지 여전하다.
울창과 숲과 쭉쭉 뻗은 대나무를 뒤로 하고 자리를 잡은 ‘울림산장’. 고 박동실·김소이 명창이 제자들에게 소리를 가르쳤다는 정자를 복원한 곳은 무기력해진 도시생활을 벗어나 쉬러 온 나들이객들의 편안한 마음의 쉼터가 되고 있다.
정자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30여개의 크고 작은 장독들도 눈에 띈다. 내리쬐는 햇살을 잘받기 위해 장독전용 뚜껑을 덮고 있는 이들 장독 속에는 각종 고추장과 된장이 가득 담겨 있으며, 땅속 깊숙히 박혀 있는 장독 속에는 4∼5년이 된 배추김치와 무김치가 햇빛을 피해 숨어 있다.
시지 않고 묵은 냄새가 나지 않은 묵은김치는 단골 손님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메뉴 중 하나. 특히 무 김치는 배추김치 사이사이에 보관한 덕에 물렁물렁하지 않고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독특하기까지 하다.
박씨가 이번에 선보일 음식은 최근 새롭게 개발한 ‘죽순 오리전골’이다. 대나무의 고장 답게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새로운 요리다. 일반 오리전골과 겉보기에는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맛’ 하나 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비법이 담겨 있다.
죽순은 막자란 연한 대나무를 잘라내 푹 삶은 후 보관창고에 보관한다. 삶아진 죽순은 4∼5mm 굵기로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오리는 잘 손질한 후 일일이 먹기에 알맞은 크기로 썰어놓는다. 발라내기 귀찮은 손님들을 위해 뼈는 완전히 없애고 순수한 고기만을 이용해야 한다.
전골냄비에 깻잎과 송이버섯, 미나리를 넣고 양념 다대기로 비벼 맛을 낸 오리와 죽순을 함께 넣는다. 여기에 영양까지 곁들이 은행열매도 추가하면 된다.
전골의 생명은 역시 매콤한 다대기 양념. 고추장과 마늘, 생강 등 기본양념에 박씨만의 독특한 비법을 더한 양념장을 추가해 만들어 낸다.
“국물이 너무 흥덩하믄 맛이 안난당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전골의 생명을 한층 강조하는 박씨는 전골에 너무 많은 국물이 들어가면 맛이 살아나지 않음을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전골에 넣는 사골육수 또한 겨우 소주잔 1컵 정도다. 그래도 각종 야채와 죽순에서 나오는 수분덕에 끓이다 보면 밥을 비벼먹어도 충분할 만큼의 전골국물은 나온다는 것.
죽순을 넣어 만든 오리전골은 일반 전골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게 강점이다. 죽순이 연해지면서 고기의 맛도 함께 유연하게 만들어낸다. 끓이는 시간도 10분이면 완성.
너무 맵지 않으면서도 ‘걸쭉∼한’ 맛을 선사하는 죽순 오리전골. 남은 국물에 밥까지 비벼먹으면 입맛 잃어가는 봄철 식사 메뉴로 만점이다.
식사가 끝나자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정성스레 달여온 질경이차가 내어온다. 질경이의 어린잎과 뿌리를 손수 채취해 씻은뒤 3∼4일 그늘에 말리고 대추와 감초 등을 넣어 끓인 질경이차.
물론,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낸 질경이차를 아무에게나 내어오지는 않지만, 되지도 않은 입담을 늘어놓으며 아주머니와 살아가는 얘기를 하다보니 마음이 흡족하셨는지, 선뜻 차를 내어오신다.
식사 전에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내어오는 곁안주들도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 늙은 호박을 엄지손가락 크기만큼 잘라 쪄낸후 일일이 손으로 펴 이틀동안 말리는 등 10여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호박강정은 물론, 씨를 발라낸 대추속에 땅콩을 넣고 깨를 가득 묻혀놓은 대추강정, 도라지 강정 등이 예쁜 모양 만큼이나 독특한 맛을 선보인다.
3∼4명이 먹을 수 있는 오리전골 1마리에 3만원. 넓은 자갈 주차장도 완비돼 있다. (예약 문의, 061-383-0779)
글/이보람 기자 white4@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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