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진석 남도일보 사회부 차장대우

 

심진석 남도일보 사회부 차장대우
심진석 남도일보 사회부 차장대우

지인들과 만남을 갖고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광주는 갈 병원이 없다”며 한탄하는 경우가 있다. “수도권 병원을 가야 하는데 혹시 아는 병원 있냐”는 식이다.

호남권역에서 광주가 갖는 상징성을 비춰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사실 지역민들에게 있어 광주에 있는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무려 3개나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존재는 든든함 그 자체다. 여기에 그 바로 아래 단계에 있는 기독병원 등 2차 종합병원급 병원들도 20여곳이나 있다. 이들 병원을 향한 지역에서의 충성도 역시 상당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술 등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 사이에선 ‘광주보단 서울’이란 인식이 확고히 굳어진 듯 싶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신뢰와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병원에선 기본적으로 진료 전 ‘예약’이란 것을 한다.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진료를 받겠단 환자와 병원간 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이다.

광주 지역 대학병원 일부 진료과에선 철저하게 무시된다. 만약 오전 10시에 예약을 했다면 살 조금 더 보태 오후 2시 정도는 돼야 진료를 받는다.

밀려드는 환자가 많아서란 간호사의 해명이 이어지지만 선뜻 이해는 안된다. 그 말을 듣는 것도 간호사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다.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티가 분명해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는 시간은 길어야 2~3분 내외.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물어보면 얼른 가라는 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한다.

몇 시간이나 기다린 환자에게 제공(?)한 지역 병원 의료 서비스의 백태다. 조금이라도 귀찮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된 환자는 진료 받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경험담들은 또 다른 경험담들과 섞이면서 더욱 확산된다. 지역민들이 지역 병원들을 외면하게 된 근본 배경이다. 고민없이 더 크고 좋은 병원을 찾아 일종에 자발적 병원 뺑뺑이를 선택한다.

물론 지역 병원들은 이러한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듯 싶다. 오고 싶은 사람만 오면 된다는 심보같다. KTX·SRT 등 교통수단 등장으로 이젠 수도권 어디든 1~2시간안에 달려갈 수 있게 됐다. 병원도 이젠 취사 선택이 가능하단 세상이다. 잊지 않았으면 한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