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명(광주원음방송 본부장)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본부장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본부장

어릴 때 우리 집에는 책이 많았다. 방 안 가득한 이솝우화와 수백 권의 동화책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동화 속 내용은 과거를 살펴보고,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지표가 된 듯하다.

이전에 읽었던 김선규 어린이의 창작동화가 생각난다. 어느 추운 겨울, 할 일이 없던 베짱이가 ‘베짱이와 개미’라는 책을 서점에서 읽게 됐다. “아니, 이럴 수가?” 책에는 베짱이들이 여름에는 신나게 놀기만 하다, 겨울이 되면 염치 불고하고 양식을 얻어먹는 게으름뱅이라고 쓰여있지 않겠는가. 베짱이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노발대발하며 긴급회의를 열었다. 의제는 ‘베짱이는 정말 게으른가?’였다. 의장인 베베가 말했다. “여러분들도 이 ‘베짱이와 개미’책을 읽어 보셨겠죠?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노래했기 때문에 개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맞습니다.” 옆에 있던 짱짱이도 거들었다. “옳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노래를 부르지 맙시다.” “동의합니다.” 화가 난 베짱이들은 너도나도 소리쳤다. 짱짱이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왔다. 여태까지 베짱이의 노랫소리에 맞춰 일하던 개미들은 베짱이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자 일할 맛이 안 났다. “베짱이의 노랫소리가 안 들리네?” “아, 힘들어. 이것만 하고 그만하자.” 거의 모든 개미는 일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놀기만 했다. 겨울이 찾아오고 흰 눈이 펄펄 내리자 개미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개미네 집은 여름에 놀기만 했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었다. 마침내 개미들은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여왕개미가 베짱이들을 찾아갔다. 내년 여름에는 꼭 노래를 불러달라 부탁하러 가보니 베짱이들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여름에 노래를 부르지 못해 머리가 아파 죽는 베짱이들이 수두룩했다. 개미와 베짱이는 의논 끝에 베짱이들은 여름동안 개미들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개미들은 그 대가로 겨울에 베짱이들이 먹을 양식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 그리하여 두 집안은 다시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주위에 사람도 없고 영토도 없고 주권도 없는 곳에서 나 혼자 살 수 있는가?’ 생각해 본다면 누구도 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뒤늦게지만 개미와 베짱이들은 그것을 깨닫고 서로 미워하고 싫어해서 원수가 되기보다는 상생의 인연이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미래의 나를 위한 연금,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 희망찬 노후를 준비하는 연금 등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항상 국민을 향해 있었다. 그런 국민연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 기금소진을 걱정하는 사람, 개혁을 촉구하는 사람 등 모두가 국민연금에 대한 애정과 사랑과 염려가 있기에 하는 얘기이지 않을까 싶다. 국민가수 조용필, 국민 MC 유재석, 국민타자 이승엽…. ‘국민’이 앞에 붙는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하고 한번 믿고 가볼 만하기에 ‘국민’이 붙는 게 아닐까.

지금처럼 찾아가서 알리고 또 찾아가고, 안 듣고 안 봐도 알고 볼 수 있을 때까지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고 담론을 이어간다면 국민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그것이 곧 국민연금이 나아갈 방향이지 않을까? 베짱이와 개미처럼, 국민연금과 국민처럼,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는 중요성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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