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걱정 등 생존 위협…골프장 조성 즉각 중단을”
찬성 주민들 “20일 골프장 건설 추진 범군민결의대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들이 18일 구례군청 앞에서 무단 벌목 원상복구와 골프장 추진 계획 취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사포마을회 제공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들이 18일 구례군청 앞에서 무단 벌목 원상복구와 골프장 추진 계획 취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사포마을회 제공

전남 구례의 지리산 자락에 추진되는 골프장 조성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대규모 벌목 등 사업 추진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과 환경단체로 이뤄진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하 단체)은 18일 구례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생존을 위협하는 골프장 조성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골프장 조성 사업 시행사인 ㈜피아웰니스 측에서 지난 2~4월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인근 산 21㏊(21만㎡) 일대 소나무 2만4천여그루를 베어내 팔고 2026년 2월까지 편백을 심겠다며 구례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벌목을 진행했다.

단체는 “구례군으로부터 벌목을 허가받은 산주는 골프장 예정지의 35%에 달하는 구역의 나무를 한그루도 남기지 않고 베어냈다”며 “이는 환경영향평가와 산지전용허가를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골프장을 짓기 위한 사전작업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대규모 벌목과 함께 최근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골프장 예정지 벌목 현장에서는 지형 훼손으로 물길이 바뀌고 흙 쓸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계곡에 황토물이 내려오면서 지난달 28일부터 수도를 틀면 흙탕물이 나온고 있다. 더욱이 사포마을 주민들은 벌목으로 인한 산사태 우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처지다”고 덧붙였다.

32가구가 사는 사포마을 주민들은 광역상수도와 마을상수도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물값이 저렴하고 소독약 냄새가 나지 않는 마을상수도를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상수도를 연결한 세탁기를 작동시켰다가 빨래를 수차례 다시 해야 했고 정수기 필터가 고장 나 교체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마을상수도를 마셨던 주민들은 광역상수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수를 구매해 마시고 있다.

생존권 침해에 대한 구례군의 소극적인 행정도 지적했다.

단체는 “마을 상수도를 쓸 수 없어 생수를 사거나 빗물을 받아 일상생활에 이용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도 구례군은 벌목지 일부에 비닐 포장을 덮어놓는 정도로 할 일을 다했다는 분위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례군은 골프장 사업을 즉각 중단할 수 있도록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며 “대규모 벌목으로 주민 피해를 가중시키는 산주와 업체에 대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례군 관계자는 “불법 벌채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며 “목재 운반 도로와 토사 유실 위험이 있는 곳에 방수포를 까는 등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포마을은 식수로 쓰는 지방상수도가 함께 들어가고 있다”며 “마을상수도 역시 계곡물이 아니라 관정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단체와는 달리 골프장 조성 사업에 찬성하는 지역민들은 20일 구례실내체육관에서 골프장 건설 추진 범군민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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