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의 컬처코드-K]100년 맞는 K-동요 새로운 불씨가 필요하다

더핑크퐁컴퍼니가 제작한 ‘’아기상어‘’의 뮤지컬 ‘’베이비샤크 라이브‘’ 미국 현지 공연 모습. 베이비샤크 라이브는 2019년 제작, 미국 100개 도시 투어를 통해 북미 33개 도시에서 9만3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유튜브 캡처]
더핑크퐁컴퍼니가 제작한 ‘’아기상어‘’의 뮤지컬 ‘’베이비샤크 라이브‘’ 미국 현지 공연 모습. 베이비샤크 라이브는 2019년 제작, 미국 100개 도시 투어를 통해 북미 33개 도시에서 9만3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유튜브 캡처]
임형주 팝페라테너
임형주 팝페라테너

“미스터 림! 우리 아이들은 이 노래 영상만 하루 24시간은 보고 듣는 거 같아!”

지난달 초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외국인 지인이 오랜만에 화상통화를 걸어왔다.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던 중 대화의 화제는 ‘아기상어(Baby Shark·베이비샤크)’로 넘어갔다. 지인은 “혹시라도 ‘아기상어’와 관련된 ‘핑크퐁’ 캐릭터 인형이 있으면 보내 줄 수 있을까?”라며 “영수증을 첨부하면 돈을 보내주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말을 급히 자르며 난 다소 으스대며 이렇게 말했다.

“노 노! 돈은 필요 없어. ‘핑크퐁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 정도는 언제든 선물해줄 수 있다고!”
 

2019년 5월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핑크퐁 클래식 나라’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운데)와 디토체임버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크레디아TV캡처]
2019년 5월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핑크퐁 클래식 나라’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운데)와 디토체임버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크레디아TV캡처]

유쾌한 통화를 마친 뒤 필자는 은근슬쩍 목에 힘이 들어가고 자랑스러움에 한껏 고취됐다. 그도 그럴 것이 K-팝, K-무비, K-드라마에 이어 이제는 ‘K-동요’까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이 현실이 형언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에겐 ‘아기상어’라는 제목으로 더 친숙한 이 곡은 북미 지역의 구전동요를 지난 2015년 글로벌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기업 더핑크퐁컴퍼니(옛 스마트스터디)가 편곡, 번안, 개사해 교육용으로 내놓은 노래다.

원제는 사실상 ‘상어가족’이다. 바닷속에 사는 상어가족을 주제로 한 더핑크퐁컴퍼니의 아기자기한 상어 캐릭터들이 부르는 노래 중 하나다. 2015년 말 유튜브에 처음으로 업로드 된 것을 시작으로 이후 2016년 1월 2일 정식 음원까지 발매됐다. 같은 해 6월엔 ‘베이비샤크 댄스(Baby Shark Dance)’라는 영어 제목으로 유튜브에 재업로드, 국내와 아시아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게 된다.

이러한 열풍은 영국과 미국까지 상륙했다.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차트를 한창 휩쓸고 있던 지난 2018년 8월, 영국의 UK오피셜 싱글차트 100위권에 처음 진입하더니 2~3주 만에 37위까지 뛰어오르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제임스 코든 쇼(James Corden Show)’ ‘더 엘렌 쇼(The Ellen Show)’ 등 유수의 영미권 토크쇼에서도 집중 조명되더니 마침내 2019년 1월 2주차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서 무려 32위로 깜짝 데뷔했다. 당시로써는 역대 K-팝 중 빌보드 차트에서 싸이와 BTS 이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한국 동요로 기록됐다. 이른바 ‘K-동요’의 역사적 탄생 순간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한 방송 채널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의 ‘아기상어’ 마스코트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국의 한 방송 채널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의 ‘아기상어’ 마스코트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9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워싱턴 내셔널스 팬들 역시 팀을 응원하며 ‘아기상어’를 떼창으로 불렀다. 그 모습이 세계적으로 크나큰 화제를 불러모았고,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20억뷰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유튜브 영상 27위까지 올랐다. 승승장구 중인 ‘아기상어’의 찬란한 행보는 2020년 11월과 2022년 1월에 각각 유튜브 역대 누적 조회 수 1위, 유튜브 최초 100억뷰 돌파로 월드기네스북에 등재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같은 해 11월엔 영국 UK오피셜 차트가 출범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톱 200 최다 스트리밍’ 결산 차트에서 2억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기라성 같은 월드스타들을 제치고 8위에 등극하는 전대미문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아기상어’가 방탄소년단, 봉준호와 함께 ‘K-컬처 3B’로 불린 이유다.

‘아기상어’의 글로벌 인기 현상을 지켜보며 오래전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이었던 2004년 5월 5일 어린이날, 지금은 사라진 ‘제22회 MBC 창작동요제’가 열린 날이다. 필자는 당시 만 18세로, 역대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심사와 시상을 했다. 그해 대회가 다른 해 대회보다 특별했던 것은 2004년이 바로 ‘한국 동요 8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초등학생 시절, 방과 후 ‘동요부르기’ 특활반 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 대회의 오랜 전통과 역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심사할 땐 참가자만큼이나 긴장되고 설렜던 기억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다.

‘MBC 창작동요제’는 지난 1983년 창설된, 국내 최초의 창작동요제다. 그동안의 수상곡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어린이에게 불리고 있다. 제1회 대상곡 ‘새싹들이다’를 시작으로 28회까지의 본선 진출곡 수는 총 402여곡. 이 중 초·중등 교과서에 20여곡이 실려 있다. 대회는 지난 2010년 5월 5일 제28회를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MBC 창작동요제’와 쌍벽을 이루며 1980~1990대 한국 창작동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쌍두마차는 ‘KBS 창작동요대회’다. ‘MBC 창작동요제’보다 6년 늦은 지난 1989년 시작됐다. ‘MBC 창작동요제’와는 다르게 지금까지도 해마다 개최되며 국내의 대표적인 창작동요 경연대회로 그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다.
 

2019년 미국 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가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아기상어’를 연주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2019년 미국 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가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아기상어’를 연주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앞서 열거한 대회들 외에도 ‘가족동요 창작경연대회(훗날 YMCA 초록동요제)’ ‘국악동요제’ ‘EBS 고운노래 발표회’ 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창작동요 경연대회로 꼽힌다. 이 동요대회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꿈과 아름다운 마음을 심어주는, 참신한 창작동요들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동요대회를 통해 순수함을 잃지 않는 고운 노랫말과 새로운 선율의 창작동요들을 많이 배출해내며 1990~2000년대 초 한국 창작동요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은 유달리 특별했다. 방정환 선생(1899~1931)의 주도로 지난 1923년 5월 1일, 어린이의 행복과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제정된 어린이날이 10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방정환 선생과 함께 아동문화단체 ‘색동회’를 꾸려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 대한 인권 및 문화활동을 활발히 전개해나갔던 윤극영 선생(1903~1988)이 지난 1924년 발표한 대한민국 최초의 동요 ‘반달’은 내년이면 발표 100주년을 맞는다. 다시 말하면, 2024년은 한국 창작동요 탄생 1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이고도 기념비적인 해다.

현재 ‘아기상어’의 전 세계적 열풍을 보면서 방정환 선생과 윤극영 선생은 자기 일처럼 무척이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제2, 제3의 ‘아기상어’가 아닌 새로운 제1의 ‘K-동요’들이 만들어져 K-팝처럼 널리 불리게 될 시대를 기대해볼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그것이 기대로만 끝나선 안 된다.

창작동요 경연대회 대부분이 잠정 중단되거나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지원 때문이다. 특히나 동요는 대중가요나 순수음악인 클래식보다도 전 국민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지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K-동요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부터 먼저 아이들에게 우리의 주옥같은 동요들을 불러주고 계승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K-동요의 발전에 대한 불씨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뜨겁게 지펴지리라고 본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