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오스트리아 황제 이름’ 빙하가 유명

1865년 오스트리아 출신 지리학자
빙하 첫 탐사…자국 왕이름 ‘명명’

날씨 안좋아 ‘헬리콥터 투어’ 불발
자동차로 전망대 가까운 곳까지…
‘센티넬 록’서 계곡 사이 빙하·폭포

빙하, 1985년 이후 1.7㎞ 이상 이동
지금도 하루에 70㎝ 앞으로 전진 중

전망대 표지판 속 6장 사진 통해
지구 온난화 심각성 피부로 느껴

프란츠 요셉 빙하
프란츠 요셉 빙하

여행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특히 날씨에 관해서는 하늘이 결정한 일이니 뭐라 항의할 수도 없다.

남섬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이 두 곳인데, 프란츠 요셉 빙하과 폭스 빙하다. 서로 약 25㎞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세계 각지에서 빙하를 보기 위해 몰려온 방문객이 들르는 곳이다. 그레이마우스에서 약 170㎞ 거리에 자동차로 2시간 30분 거리이다.

2박 3일 일정 중 첫날은 억수처럼 쏟아진 비로 종일 호텔에 갇혀 지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밖을 보니 비가 잠시 그치고 구름도 높았다. 어제 관광 안내센터에서 3곳의 산행 루트를 추천받았다.

근무자에게 빙하 투어 헬리콥터를 원한다고 하자 3일 동안 기상 인쇄물을 보여주며 “Unfortunately!(운이 없네요!)”만 연발한다. 세상 살다 이런 일 저런 일이 허다하게 있는 마당에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뭐 그리 불행을 이야기하는지 좀 오버하는 것 같아 괜찮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빙하 주변 만년설
빙하 주변 만년설

오늘은 불행을 행운으로 만들어가는 여행가와 함께 빙하 여행을 떠나보자.

이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모든 가게와 사무실이 빙하 투어를 위한 지원센터처럼 보인다. 카페에도 등산용품이 있을 정도로 모든것이 한 거리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이 지역을 맨 먼저 탐사한 유럽인은 1865년 오스트리아 출신 지리학자 율리우스 본 하스트였다. 그는 자기 나라 황제 프란츠 요셉의 이름을 따 빙하 이름을 지어 생뚱맞게도 뉴질랜드 빙하에 오스트리아 황제 이름이 붙게 되었다.

프란츠 요셉 빙하는 웨스트 코스트 지방의 빙하 중 조사와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곳으로 1985년 이후 1.7㎞ 이상 움직였다고 한다. 지금도 하루에 70㎝씩 앞으로 이동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빙하의 길이가 줄며 실제 육안으로는 관측하기 어렵다.

빙하를 체험하는 방법은 3가지 정도였다. 내가 꼭 경험해 보고 싶었던 헬리콥터 투어는 상공에서 빙하를 관찰하고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는 순백의 눈밭에 내린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다음으로 빙하 하이크로 전문 가이드를 대동하고 전문 스파이크 신발을 착용한 뒤 빙하 위를 둘러 보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빙하 입구까지 두 발로 걸어 전망대 위에서 빙하를 감상하는 방법이다. 흐린 날씨로 앞선 두가지 방법은 물 건너갔고 우린 스스로 힘으로 빙하를 보는 방법이 아니고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침을 먹는 것도 뒤로하고 하늘이 열린 걸 보고 자동차로 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갔다.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몇 팀이 먼저 도착해 비옷 차림으로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간단한 배낭 하나만 메고 우리 가족은 바로 산행을 시작해 첫 번째 포인트인 ‘센티넬 록(Sentinel Rock)’에 도착, 계곡 사이로 보이는 빙하와 많은 비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제 땀이 어느 정도 촉촉이 젖어 올쯤 ‘강과 빙하 전망대(River and glacier viewpoint)’에 도착했다. 정면 계곡의 빙하와 우측 만년설이 더 선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측 폭포는 이제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1865년부터 2010년까지 6장 사진을 통해 빙하 변천사를 시대별로 전시한 표지판을 보니 지구 온난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북유럽 여행 중 빙하체험관을 빙하 근처에 지었으나 지금은 차로 이동해야만 빙하를 볼 수 있는 촌극에 한숨이 나왔던 경험이 있다. 이곳도 예전 사진에는 바로 발밑에 빙하가 있었는데 지금은 카메라 줌을 한참 당겨야 했다.

일단 오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우린 여행 중 이런 경험을 몇 번째 하고있다. 가족 간 깊은 연대가 여행자 센터 직원이 말한 불행을 행운으로 바꿀 수 있는가 보다. 내친 김에 욕심을 부려 폭스 빙하 방향의 매서슨 호(Lake Matheson)을 향해 자동차를 달렸다. 이 호수는 날씨가 좋은 날 천하제일의 눈 덮인 쿡산 반영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빗속을 뚫고 행운을 바라며 호수 입구에 도착했으나 우리 마음과는 달리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입구 카페에 들어가니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가 이곳을 방문했으나 비 때문에 호수 근처도 못 가고 비를 피해 카페에 모여 수다를 즐기는 중이었다. 역시 우리 행운은 여기까지 인가보다. 아름다운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가 내게 말을 건다. “넌 잘하고 있고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산행 길
산행 길
연대별 빙하 모습
연대별 빙하 모습
빙하를 배경으로
빙하를 배경으로
폭포를 배경으로 한 컷.
폭포를 배경으로 한 컷.
매일 날씨와 등산로 컨디션을 기록한 표지판.
매일 날씨와 등산로 컨디션을 기록한 표지판.
폭포
폭포
아침 여명
아침 여명
등산로 안내판
등산로 안내판
카페에서
카페에서
Lake Matheson에서 담을 수 있는 쿡산 반영
Lake Matheson에서 담을 수 있는 쿡산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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