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순(광주대 교수·국가안보재난대테러연구소장)

 

백종순 광주대 교수·국가안보재난대테러연구소장

지난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흉기를 휘두른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여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33)이 무차별 칼부림을 한 뒤 13일만에 발생이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라고 언급하며 “정부는 사전 예방을 위한 경비 인력 투입과 실효적이고 강력한 진압장비 휴대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여 흉기난동 범죄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윤 청장은 이날 담화에서 경찰 순찰활동 강화와 경찰물리력 사용 등을 골자로 한 방침을 발표했으며, 또한 시민이 사용하는 일상 공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치단체, 자율방범대, 민간경비업체 등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에서도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인식과 조치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묻지마 범죄’ 내지 테러를 온전히 예방할 수 있을까?

서현역 사건은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이후 비슷한 ‘묻지마 테러’ 예고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심지어 묻지마 범죄에 대한 지도까지 등장한 끝에 결국 현실화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살인예고 글 대부분은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왔다.

경찰에 따르면 조선의 ‘묻지마 칼부림’이후 8월 4일까지 총 12건의 모방 범죄 예고 댓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신림동 사건이후 모방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현역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크며, 이번에는 범행장소가 다른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묻지마 살인’이 사회 문제가 되었고 지금도 심심치 않게 발생되고 있다. 1999년 대낮의 도심 번화가에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친 이케부쿠로 ‘무차별 살상사건’ 당시 범인이 범행 동기가 사회 불만이라고 말해 충격을 준바 있다. 이후 2001년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을 해칠 목적으로 흉기를 들고 초등학교에 난입해 8명의 아이들이 희생됐고, 2008년에는 도쿄의 거리에서 트럭이 돌진하여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한 사례가 있었다.

범인은 체포 직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누구든 상관없었다”라고 말했다. 2019년 36명이 희생된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 2021년 26명이 희생된 오사카 정신과 방화사건과 오타큐센 무차별 살상 사건, 2022년 도쿄대 앞 흉기 난동 사건 등이 연이어 있었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무차별 살상 사건이 잊을만하면 터진다. ‘도리마’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사용되는 말로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해를 주는 마물(魔物) 즉, 악마라고 한다. 요즘엔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자를 ‘도리마’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왜 유독 ‘도리마’가 발생하고 있을까? 일본 법무성 산하 연구기관에서는 묻지마 범죄 사건의 주된 동기는 사회로부터 완전한 고립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최근에는 초저출산, 초격차 사회를 향해 일본보다 더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좌절감이 사회를 향한 분노로 치닫는 것을 미리 막지 못한다면 한국에서도 신림동이나 서현역의 사건처럼 제3, 제4의 ‘도리마’가 등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사회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묻지마 범죄 내지 테러로 나타낼 수도 있지만 마약, 성매매, 심지어 국제테러집단에 가입하는 등 부작용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마약문제는 심각하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5년간 마약 사범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검거한 마약 사범 1만8천395명 중 청소년 마약 사범은 481명이다. 2017년 119명에서 5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들의 유통경로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야기된 또 다른 부정적인 사례로 2015년 1월 10일 극단주의 이슬람세력인 이슬람국가(IS)로 자진해서 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극단주의 이슬람세력인 IS의 미디어 전략은 조직원의 모집과 테러 선전(프로파간다)의 전파이다. 이들은 초연결 수단인 인터넷, SNS 등 다양한 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테러 네트워크 구축과 폭력적 극단주의를 전파하고 있어 세계 어느 국가도 폭력적 극단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폭력적 극단주의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수단화하여 자신에게 좌절을 안겨준 사회나 조직에 증오심을 촉발시켜 살인, 방화, 파괴 등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폭력적 극단주의 사조로부터 미래세대인 청소년을 보호하고 묻지마 범죄나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지역사회의 통합된 노력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관련 기관과 사회단체, 학교, 언론, 종교계, 시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행동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결정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불평등 해소, 지역사회의 다원주의적 가치 증진, 개인의 정신 건강 개선 등 포괄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활동이 중요하고, ‘폭력적 극단주의’ 내지 ‘묻지마 범죄’가 형성되는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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