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 앞에선 모두가 공평하다” 새삼 깨달음
3일째 계속 비…쿡산엔 ‘눈’ 내린 듯
인기 있는 코스 ‘우커 벨리 트랙’선택
큰 경사 없이 평지…출렁다리도 3개
후커 호수, 크기 알 수 없는 빙하 ‘둥둥’
뮬러 호수, 자갈·모래 더미 추정 하상
쿡산, 날씨 안좋아 ‘희미한 형태로만’

 

 

쿡산 국립공원
쿡산 국립공원

마운트 쿡 빌리지(Mt. Cook Village)는 쿡산 아래 캠프다.

쿡산을 오르는 길목에 유일하게 있는 마을로 19세기부터 관광객들의 지원 시설이 있는 곳이었는데 당시는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페얼리(Fairlie)에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쿡 로드를 따라 끝까지 달리면 옹기종기 마을이 보이고 그 길 끝에 국립공원 방문자센터가 있다.

국립공원 규모에 걸맞게 센터는 전시장이나 박물관처럼 큰 규모다. 쿡산의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자료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고 지하에는 이 산을 처음 올랐던 등반가들에 대한 기록과 사진을 체계적으로 정리 보관하고 있다.

특별히 초기 롯지의 형태도 재현해 놓고 있다. 입구에는 등산용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이곳에서 가족 능력에 맞게 쿡산을 즐길 수 있는 3개 정도 코스를 소개받아 지도를 받았다.

마오리족 전설에 따르면 하늘의 아버지 라키와 땅의 어머니 파파투아누쿠 사이에 4명의 아들이 있었다. 이들 이름은 아오라키, 라키로아, 라키루아, 라라키로아로 이들은 땅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 파파투아누쿠 신발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주우러 내려간 네 형제는 그만 마법에 걸려 돌로 변하고 말았다. 그 중 가장 큰형이 바로 쿡산이고 동생들은 그 둘레를 감싸고 있는 세 개의 봉우리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3박 4일 일정 중 벌써 3일째 날을 맞고 있으나 답답하다.

이곳에 도착하는 날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잠깐 비를 피해 아래쪽 호수와 강을 걸었으나 오늘은 반드시 마운트 쿡 정상을 볼 수 있는 코스를 걸어야 내일 가벼운 마음으로 봇짐을 싸서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밤사이 폭우와 번개를 동반한 비가 계속 내려 호텔에 머물기 무서울 정도였다.

불안한 마음에 깊은 잠에 들기 힘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확인하니 비가 그쳤고 산에 눈은 어제보다 확실히 내려와 있었다. 여기는 비가 내렸지만 산 위에는 눈이 내린 것 같았다.

서둘러 후커 벨리 트랙(Hooker Valley Track) 입구에 도착해 보니 이곳은 비와 눈이 섞여 내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아직 많지 않았으나 외국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비를 맞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비 오는 날 우산이나 비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이 내리는 비를 자신의 점퍼 모자 정도로 가린채로 맞고 다닌다.

우린 작은 양의 비만 내려도 우산 없이 다니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는데 이곳은 반대였다.

우커 벨리 트랙은 마운트 쿡 등반의 거점으로 이용하는 코스지만 일반인도 일정 구간 이용할 수 있어 가장 인기 높은 코스이며 방문한 대부분은 이 코스를 걷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큰 경사 없이 평지를 걷는 코스지만 도중 3개의 출렁다리를 지나게 된다. 친절하게 다리마다 동시에 20명 이하가 보행해야 한다는 안전 안내 간판이 입구 잘 보이는 위치에 있다. 2개의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데 뮬러 호수에는 빙하가 없으나 후커 호수에는 빙하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어 물속 깊이를 가름할 수 없기에 물 아래 빙하 크기는 알 수 없었다.

뮬러 호수에는 빙하는 없으나 거대한 빙하가 녹아 빙하 속에 갇혀 있던 자갈 모래 더미로 추정되는 하상을 군데군데 볼 수 있었다.

3개의 다리를 건널 때마다 계곡에는 아름다운 색을 띤 빙하수가 굉음을 지르며 계곡을 따라 흘렀다.

사람이 죽어 건넌다는 아케론강의 뱃사공 카론은 없지만 물 흐른 굉음이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늦가을로 접어든 야생화는 생기를 잃었지만 거친 산과 달리 평지의 식물들은 평화롭게 길손을 맞았고 잘 정비한 목제 데크 위로 미끄러짐 방지용 철망을 설치한 세심함까지 있는 곳이다. 산행 마지막 지점에 후커 호수를 가로질러 마운트 쿡 정상을 볼 수 있으나 희미한 구름뿐 형체도 없었고 주변 형제들 산에 쌓인 빙하만이 옥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연은 보고 싶다고 아무에게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늘 함께 오른 세계에서 몰려온 쿡산 애호가들이 돈이 있고 없고, 권력을 가지고 못가지고를 떠나 모두 공평하게 희미한 형태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은 6월2일에 첫눈을 흠뻑 맞은 날로 내 인생에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내일 아침을 기대해 본다. 먼 이국에서 날아온 성의를 봐서라도 제발 얼굴 좀 보여주라. Mt Cook!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호텔 발코니
호텔 발코니
블루 레이크
블루 레이크
블루 레이크
블루 레이크
뮬러 호수
뮬러 호수
쿡산 가는 길
쿡산 가는 길
이정표
이정표
쿡산 가는 길 무지개
쿡산 가는 길 무지개
쿡산 가는 길
쿡산 가는 길
후크 호수
후크 호수
쿡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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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호수 빙하
후크호수 빙하
후크호수 빙하
후크호수 빙하
수시로 보이는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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