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지난달 유례없는 폭우가 전국을 휩쓸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많은 이가 침수와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우가 주춤하자마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전국 각지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폭염과 폭우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는 폭염 속 산불로 인해 유명 휴양지를 찾은 관광객 3만여 명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탈리아 남부지역에는 계속된 이상고온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강한 폭풍우와 함께 대형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 허베이성에는 평균 2년 간 내릴 강우량이 며칠 만에 쏟아지는 등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중동지역의 체감온도는 66도를 넘어섰으며, 폭염으로 인한 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피닉스, 팜스프링스 등 일부 도시도 낮 최고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등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 세계적인 폭염은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아니 인류의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올해 3월 최종 승인한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9년 전 5차 보고서 당시 예측보다 지구는 훨씬 빨리 뜨거워지고 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지표온도는 1850년부터 1900년까지 기간 대비 1.09도나 상승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0년 이내에 지구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지구온도는 이번 세기 중반에 2도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해수면은 2300년에 2~7m까지 상승할 전망이며, 최대 15m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지역별 기온 상승 차이가 커지고, 강수량의 지역별 편차 및 시간 변동성도 강화된다. 최근 발생하는 폭염과 폭우가 지역·시기별로 더욱 극단화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류가 맞닥뜨리게 될 위기는 매우 치명적이다. 농업생산성 하락으로 식량 생산이 급감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야생동물 서식지 변화와 이로 인한 전염병 발생이 빈번해질 수 있다. 즉각적으로, 획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최후 방어선으로 정한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 1.5도로 제한’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해양온도 상승, 빙하 감소 등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일부의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구온도 1.5도 상승까지 남은 탄소예산은 앞으로 500Gt, 시간으로는 10년에 불과하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골든타임, 앞으로의 10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IPCC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인간에 의한 것’이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임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염과 폭우, 산불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 인재(人災)’ 인 셈이다. 매일 먹고 입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탄소예산을 소진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저탄소 식생활 등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를 살릴 시간이, 인류의 미래를 약속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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