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범(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 관장)

 

배상범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 관장

말 잘하기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칭찬 한마디 때문에 정치적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재임 시절 대통령 내외가 뉴욕 유명 피자집을 방문해 “시카고 피자보다 맛있다”고 칭찬한 해프닝인데, 시카고에서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한 배경 때문에 배신자란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뉴욕-시카고 간 ‘피자 배틀’은 심심치 않게 지역 자존심 문제로까지 확대되곤 한다. 뉴욕, 시카고뿐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 캘리포니아에도 지역 특성을 지닌 대표 피자가 있다. 피자는 미국 전역에서 빈부, 세대 구분 없이 가장 대중적이고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음식이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피자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뿌리를 내렸다. 이후 규모의 경제로 피자를 산업화, 세계화한 건 미국 시장과 미국 기업이다. 미국 피자 시장 규모는 연 65조 원을 넘고, 냉동 피자만 9조 원 규모다. 치즈 등 식자재 시장과 자영업, 프랜차이즈, 배달앱 관련 창업·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영향은 더 커진다. 피자의 대성공은 초기 이탈리아 이민자부터 식품 기업까지 원조(元祖)를 고집하기보다 시장과 경제 논리에 피자 보급을 맞춰 왔기 때문이다.

한식, K-푸드도 피자의 성공 방식을 벤치마킹할 중요 시점이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에서 지금 한류의 중심은 K-팝, K-드라마를 지나 한식, K-푸드다. 한류 수요 계층은 K팝 마니아에서 시작해 넷플릭스 K-드라마로 대중화되었다. 한식, K-푸드의 저력은 현지 중산층과 주류사회의 일상적 관심, 수요까지 끌어안기 시작했단 점이다. 한국산 프리미엄 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 기회를 제대로 잡기 위해 외식, 식품·식자재, 유통시장을 입체적으로 조준한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세계화’란 추상적이고 한국 중심적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대중 속, 주류 속, 일상 속으로 깊고 빠르게 파고드는 한식과 K-푸드 사업이 핵심이다. 우리 기업, 정부·공공기관, 교포 경제인뿐 아니라 외국기업과 기관, 현지 자영업자까지 K-푸드 동반자로 확대해야 한다. 일례로 브라질 상파울루 공관과 무역관은 교포 한식 전문가와 함께 현지 유명 사립학교 한식 급식 메뉴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8월 새 학기부터 유치원·초·중·고 재학생 모두에게 정기적 한식 급식이 제공된다. 브라질 최대 급식 공급업체와 이런 협업을 확대하면 다른 학교, 현지 기업들까지 한식 급식 도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더 큰 기회와 아쉬움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브라질 현지진출 대형 유통기업과 식자재 공장 부재다. 한식 식자재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한식 급식 확장이 어렵다. 경제적 성과도 줄어들거나 경쟁국 기업에 이전될 수 있다. 한식 홍보·마케팅에 머물지 않고 현지 파트너 연결, 식자재·유통기업 현지 진출까지 체계적으로 협력·지원해야 ‘돈 버는’ 한식, K-푸드 사업이 된다. 국내외 협력 기업 모두에 더 큰 수익을 안겨주는 K-푸드 사업 활성화가 의미 있는 한식 세계화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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