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론]기후위기, 새로운 도시재해대응책 필요

김오진(국토교통부 제1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지난 10일 태풍 ‘카눈’이 이례적인 경로로 한반도 중심을 수직으로 통과했다. 일반적인 태풍과 달리 예측이 어려웠고 육지에 상륙해서도 위력을 유지하여 인명과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우리나라의 이상 기후 현상은 더는 새롭지 않다. 이번 장마기간 전국 각지에는 극한 호우가 발생하여 산사태 등 큰 피해를 남겼다, 지난해는 서울에 시간당 140㎜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렸고, 포항에서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도심은 물론 포스코 제철소까지 침수돼 다수의 인명 피해와 2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3’의 글로벌 위험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 전문가 모두 향후 10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위험으로 기후위기를 꼽았다. 이상 기후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과거에도 정부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관련 기반시설을 정비, 복구해왔다.

하지만 재해가 더 세게 더 자주 발생하면서 기존 시설물 위주 재해대책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우리나라 인구의 91% 이상이 밀집한 도시의 경우 시가화면적 증가, 지하공간의 확대, 취약주택의 상존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형태의 기후재난에도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시설물과 복구 위주의 대책을 넘어 도시 분야 전반의 재해대응력을 강화하고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전체 재난 대응 시스템에 과학기술이 뒷받침된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적 도시 체계가 기후위기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재난 대응의 일상화’가 필요한 것이다.

우선, 도시 환경 자체를 극한 기후에도 안전한 환경으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저지대 등 위험 요인을 미리 분석해 도시의 방재계획에 반영하고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재해취약지역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보다 빠른 정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재해에 취약한 주택은 공공이 매입하거나 신축을 제한하는 방법을 통해 안전한 주택으로 바꾸어 나가고 지하층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서는 주거상향 지원 확대, 침수 방지시설 설치 지원 등이 필요하다.

또한 과학기술을 본격 활용해 신속한 스마트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후위기로 변화된 재난 환경을 반영해 도로, 철도 등 시설 전반의 재난 대응 수준을 강화하고, AI기술, IoT 센서, 지능형 CCTV 등을 재난 대응 시스템과 도시계획에 융합해 예방과 대비의 적중 확률을 높여 나갈 것이다. 사람이 파악하기 어려운 재해 위험 요인을 재난대응시스템이 24시간 감시,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 상황에서는 능동 대응, 자동 예·경보 및 대피가 가능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앞으로 직면할 미래는 더욱 위협적일지 모른다. 우리의 도시 재해 대응 체계가 어떤 강도의 재난도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함’, 어떤 형태의 재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 어떤 피해에도 조기에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는 ‘신속함’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집중할 때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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