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경제부장·국장대우)

 

김경태 남도일보 경제부장·국장대우

4년째 답보상태로 표류하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전남 함평 빛그린산단으로 이전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전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변경에 대해 광주시가 해법을 제시한데 따른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최근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확신만 주면 용도변경을 약속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이 돌파구가 됐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지난 1974년 지어져 약 50년간 금호타이어의 핵심 생산기지로 운영돼 왔다. 광주공장은 2022년 기준 연간 약 1천10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등 국내 생산량의 42%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설비 노후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저하 등의 문제로 지난 2019년부터 함평으로 이전이 추진됐다.

금호타이어는 공장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광주공장 부지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공장부지 용도변경’을 놓고 광주시와 입장차이로 그동안 난항을 겪어왔다. 금호타이어 측은 현재 ‘공업용지’인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를 개발이익이 큰 ‘상업용지’나 ‘주거용지’로 바꿔 매각해야 최소 1조2천억원에 이르는 이전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광주시는 위법소지를 들어 ‘선(先) 용도변경’에 난색을 표해왔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지역 내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대상 지역을 ‘유휴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 부지’로 한정했다. 광주공장 부지는 가동 중인 공장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아 사전협상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게 광주시의 해석이다. 이에 광주시는 공장부지를 상업용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금호타이어가 공장을 비우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여기에는 중국 자본인 금호타이어 측이 막대한 매각자금만 챙기고, 신규투자나 공공기여 약속 등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이른바 ‘먹튀’ 우려도 작용했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연중무휴로 가동되는 제조업 특성상 기존 공장을 비우고 새 공장을 신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공장을 가동하면서 생산라인을 점진적으로 옮겨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유휴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부지에 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논리를 펼치며 용도변경을 요구해왔다. 광주공장 부지와 같이 향후 이전이 확정된 시설의 부지도 ‘유휴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부지’로서 사전협상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수년간 금호타이어와 광주시가 접점을 못 찾으면서 금호타이어가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과 2021년 12월 체결한 ‘광주공장 부지 도시계획 변경 및 공장 이전을 위한 사업약정’도 지난 1월 해지되기에 이르렀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러다 공장이전이 물건너 가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기정 시장의 중재적 해법 제시로 이전작업이 다시 불붙게 됐다. 강 시장은 최근 출입기자단과 차담회에서 “결론은 법을 지켜야 하고, 공장 가동을 멈춰야만 용도변경 도장을 찍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행정 절차를 위한) 스타트는 지금 당장이라도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공장 ‘선(先) 이전, 후(後) 용도 변경’에 대한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금호타이어 측이 ‘먹튀’하지 않겠다는 ‘징표’를 확실히 제시할 경우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장부지 용도 변경에 대해 절차상 협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광주시가 탄력적인 행정절차 방침 등 긍정적인 신호를 준 만큼 이제 금호타이어가 화답할 차례다. 함평으로 이전하겠다는 확약과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나아가 계약한 땅에 새로운 공장 설립 추진과 고용 조건 승계 여부 등 확답을 줘야 한다. 금호타이어는 50년 가까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광주·전남 시·도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다. 이전작업이 백지화되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 회사의 미래 발전 지장은 물론 광주송정역 역세권 개발 한계 등 지역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강기정 시장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물꼬를 튼 만큼 이제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부지 개발사업자 등 모두가 지혜를 모음으로써 이전작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