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이용 적은 시간대 탄력 운영 여론 비등
30→50㎞상향…학부모 등은 사고 우려 반대
사고 줄지 않고 단속건수만 증가 실효성 의문
‘가변형 표지판’ 설치시 막대한 예산 요구돼
경찰, 지자체와 논의해 시간 제한 대상지 추가

지난달 29일 경찰이 9월1일부터 어린이 보행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간선도로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30㎞에서 50㎞로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사실상 번복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낮 시간대 시속 30㎞에서 밤 시간대 50㎞로 바뀐 송원초등학교 앞 스쿨존 표지판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지난달 29일 경찰이 9월1일부터 어린이 보행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간선도로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30㎞에서 50㎞로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사실상 번복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낮 시간대 시속 30㎞에서 밤 시간대 50㎞로 바뀐 송원초등학교 앞 스쿨존 표지판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어린이보호구역 일명 스쿨존에 적용되는 속도제한 규정을 놓고 전국이 시끌시끌하다. 여러 통계상 수치가 말해주듯 당초 기대됐던 사고예방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제한속도 규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쪽과 아직 시기상조란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스쿨존 속도제한 규정 완화를 본격 시행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스쿨존에선 최대 30㎞이하로만 속도를 내도록 한 현 규정을 50㎞이하로 상향 조치하겠단 것이 주요 골자였다.

당초 스쿨존 제한속도 규정이 운전자들의 통행권을 극히 제한하는 대신 아이들의 안전은 최대치로 높이겠단 의도였던 만큼 아이들이 없는 시간대에 맞춰 보다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단 의미다.

스쿨존 내 속도제한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된데는 지난 2019년 9월께 충남 아산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고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스쿨존 내 과속이 사고의 원인인 만큼 속도를 낼 수 없도록 아예 법제화 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과속단속카메라 의무 설치 및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민식이법(2020년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이 탄생한 계기였다.

여기에 2019년 4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시범 운영 중이던 ‘안전속도 5030’ 정책과도 맞물리면서 사실상 전국 모든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주변에 소위 스쿨존 구축과 함께 속도와의 전쟁이 전개됐다.

문제는 교통사고 발생 원인이 단순 속도 뿐 아니라 전방주시 위반, 음주, 약물 등 다양한데도 오롯이 숫자놀음에만 지나치게 치우치면서 각종 부작용이 양산됐다는 점이다.

당장 민식이법이 발효된 이후 광주 전남 내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법 적용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반면 스쿨존에서 과속 등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수는 급격하게 치솟았다.

이는 일부 어린이와 학생들 사이에서 ‘민식이법 놀이’란 기형적 형태의 놀이문화를 만들어진 토대가 됐다. 스쿨존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의 수위가 훨씬 쎈 만큼 운전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서다. 스쿨존 속도제한에 운전자들이 불만을 갖게 된 뒷배경이다.

물론 현재도 일부 학부모 등은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에 강경한 모습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란 인식이 여전히 강한 탓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로 본 2022년 기준 광주광역시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현황의 모습. /TAAS 누리집 갈무리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로 본 2022년 기준 광주광역시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현황의 모습. /TAAS 누리집 갈무리

일각에선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상황에 맞춰 차량 제한속도를 변경) 적용을 대안으로 보고 있지만 쉽진 않다.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선 가변형 LED속도 표지판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광주·전남에만 스쿨존이 약 1천480여개가 지정됐다. 해당 구간을 모두 가변형 LED속도 표지판으로 바꾸려면 당장 수백억원 상당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지자체가 재원을 마련하기가 녹록치 않다.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이유다.

지역에서 20년 넘게 택시를 운전했다는 한 주민은 “운전을 업으로 삼다보니 여러 교통사고를 보게된다”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 다치는 것이다. 물론 스쿨존에서 저속으로 가야하는 것은 자명하지만 아이들이 없는 시간대에까지 속도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속도만 줄인다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운전자 뿐 아니라 보행자들도 안전의식을 갖고 통행해야 한다. 그러한 교육은 학교, 경찰 등 각 기관에서 보다 철저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스쿨존 완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찰은 편도 2차로 이상 간선도로에 위치한 곳들 중 심야시간 제한속도 상향과 등하교시간대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가 필요한 장소에 대해 시간제 속도제한을 선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전국 시·도청을 대상으로 다음달 말까지 시간제 속도제한 제도를 추진할 대상지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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