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에 ‘장난감 눈알’을 ‘콕’ 붙여놓은 듯한 착각
으름덩굴, 손바닥 모양 겹잎 인상적
타원형으로 바나나 같은 열매 열려
애벌레, 머리 웅크린 특유의 자세
몸통에 삼각 그물 등 빛나는 무늬
방해시 눈알무늬·배꼬리 쳐들어
유충·종령 차이 없고 7~8월 활동

 

 

으름큰나방(2012년 7월 16일, 한재골)
으름큰나방(2012년 7월 16일, 한재골)

충남 천안 아산에서 가장 높은 산이 광덕산이다.

작년 12월 아산으로 옮겨 온 후 몇 번 광덕산을 찾았다. 금북정맥(錦北正脈)의 한 축으로 높이는 699m다. 눈 쌓인 겨울철엔 그곳의 생태계는 어떤지, 어떤 나무들이 살고 있는지 겨울눈을 보면서 대략 파악했고, 봄에 본격적으로 애벌레들을 찾아 나섰으나 이상하리만큼 보이질 않았었다.

이곳만 그런게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인 것 같다.

다른 지역에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 봐도 같은 답이다. 허운홍 선생과 몇 번의 약속만에 지난 5일 광덕산을 찾았다. 아침 저녁으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을인가 했더니 엄청 덥다. 주차장에서 경내에 이르는 길지 않은 길에서 제법 많은 애벌레들이 보인다. 오랫동안 그렇게 애태우며 찾았던 꽃술재주나방 애벌레는 다양한 모습으로 많은 개체가 관찰되었다. 몸집을 키우려는 듯 정신없이 먹이를 먹어 치우는 박각시들, 다양한 크기의 재주나방 애벌레들이 반겨준다.

광덕산의 식생은 특별히 다른 것은 없는 것같다. 능선에 오르면 쪽동백나무와 산딸나무가 많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곳곳에 으름덩굴이 많이 보인다. 으름덩굴과에 속하는 으름덩굴은 새 가지에서는 잎이 어긋나고 오래된 가지에서는 모여난다. 5~7개로 이루어진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 인상적이며 타원형으로 바나나 같은 열매가 달린다. 잘 익은 열매는 세로로 갈라져서 과육이 들어나는데, 새하얀 과육의 색깔이 얼음과 비슷하고 먹으면 씨앗이 씹히는 데 그 맛이 차가운 얼음처럼 느껴져 ‘얼음’이라 했으며, 이것이 ‘어름’에서 ‘으름’으로 전음된것이라 ‘으름나무’라 불린다. 으름이 익어 껍질이 툭 터지면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고 해서 임하부인(林下夫人)이라고도 한다. 열매는 열매대로 맛있고 꽃은 꽃대로 예쁘며 향기도 좋아 예전의 아낙들은 향낭에 넣어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으름덩굴의 잎을 좋아하는 애벌레가 있다.

으름덩굴만 보면 꼭 찾아보게 되는 녀석은 으름큰나방 애벌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녀석들이 제법 보인다. 머리를 잔뜩 웅크리고 있는 특유의 자세, 몸통의 눈알 무늬 그리고 밤하늘의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수많은 무늬와 5배마디 윗면에는 삼각형 그물무늬가 있는데 왕관처럼 정말 멋지다. 오늘 여기서 본 녀석들은 자색형 애벌레들이다. 여러 개체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2015년 8월 8일, 지리산 엔골에서도 으름큰나방 애벌레를 본 적이 있다. 녀석은 황색형이다. 자색형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잘 위장하고 있다. 자색형 애벌레는 많이 봤지만 황색형은 보기 쉽지 않았다. 녀석들은 방해를 받으면 머리를 배다리 쪽으로 붙여 눈알 무늬가 드러나게 하고 배꼬리 부분도 쳐들어 위협한다. 어린 유충과 종령의 차이가 거의 없다. 7~8월에 활동하는데 요즘도 볼 수 있다.

으름큰나방을 만난 것은 한참 오래전 일이다.

2012년 7월 16일, 담양 한재골에서다. 나방에 관심을 갖은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인데 이곳에서 숲해설가 회원들과 함께 야간에 등불을 밝히고 나방을 관찰하던 때이다. 그땐 애벌레를 찾아 볼 생각도 거의 하지 않던 시절이다. 그후 오랫동안 으름큰나방을 만나지 못했다.

광덕산에 여러 애벌레들이 관찰되었다. 물푸레나무에서도 처음 보는 애벌레를 발견해 허운홍 선생께서 사육하고 있는데 기생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시간 되는대로 다시 찾아가 열심히 뒤져 볼 생각이다. 애벌레들이 월동상태로 들어가기 전에.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으름큰나방(2012년 7월 16일, 한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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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큰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으름큰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으름큰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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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큰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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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큰나방 애벌레(2015년 8월 8일, 엔골)
으름큰나방 애벌레(2015년 8월 8일, 엔골)
으름덩굴(2021년 4월 17일, 용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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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덩굴(2015년 9월 12일, 거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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