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광주북부경찰서 경비과 경사)

 

고준석 광주북부경찰서 경비과 경사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집회가 개최됐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집회다. 가슴 아픈 희생들로 인해 공교육 현장에서의 여러 문제점과 어려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국민의 관심과 공감을 모으고 있다.

이번 집회에서는 교사들이 주장하는 깊은 뜻과 더불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끄는 점이 한가지 더 있다. 전국에서 600대 이상의 버스를 대여하여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질서정연한 집회 운영과 사후 정리를 하는 모습이다. 특히 가장 대규모의 인원이 참여한 지난 2일 집회의 모습에서는 이 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당일 드론 촬영 사진을 보면 국회대로를 가득 메운 인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앉은 자리의 줄은 마치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줄을 서 있듯 반듯하게 칼각을 유지하고 있다. 일명 ‘칼각집회’라고 불릴만하다.

이날의 집회는 신고된 시간도 정확하게 지켜졌다. 신고된 시간을 지키지 않고 집회를 지속할 경우 교통통제 문제로 인해 경찰과의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날 집회에서는 자발적인 해산과 정리가 이루어져 이러한 염려를 일축했다. 집회 운영진이 사후처리를 돕기도 했으나 참여한 개개인이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집회의 뒷정리가 더욱 수월했다는 평이다. 집회 해산 시기에는 대규모의 인원이 한꺼번에 이동하기에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날 집회는 질서정연하고 신속하게 참가 인원이 해산되어 이후 도로 교통 소통도 원활히 이뤄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 측에서도 칭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자체적으로 질서유지 인원 선발해 통제하고 자리 배열을 딱딱 맞춰 앉고 쓰레기 다 가져가고 집회 시간 연장 없고 이런 집회만 다니면 좋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집회와 시위의 목적은 참가자들의 의지와 주장을 알리고 관철시키기 위함이다. 주변의 이목을 끌기 위한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법들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집회 시위에 수반되는 필수 불가결한 부분임을 대법원 판결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민주화라는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고통의 한 요소로 평가되고는 한다. 이러한 고통의 과정을 통해 여러 집회와 시위가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를 함께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여전히 매주 다양한 목적의 집회·시위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뉴스나 기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많은 집회 중에서도 교사 집회가 유독 모두의 칭찬과 공감, 존경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민주화의 발전을 위해 집회·시위는 분명 필요하다. 그럼에도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회나 시위라는 단어만 들어도 피로감이 생기고 무언가를 응원하는 마음보다는 피해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두드러진다. 이 시점에서 이번 교사 집회 모습이 다른 집회·시위와 비교하여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한 번 더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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