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재(광주광역시 감사위원장)

 

이갑재 광주광역시 감사위원장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시(詩) ‘나 하나 꽃피어’의 한 구절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나 하나 꽃피어’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보편적인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혼자서라도 꽃 피우고 혼자서라도 물들이며 제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 온 세상을 청렴으로 수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렴한 세상!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 세상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청렴한 세상은 때론 우리의 삶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들 수도 있고, 때론 우리의 일을 지체시키거나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원칙과 기준 없는 일처리가 횡행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모할까? 그 답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갈등과 불만, 불공정과 혼란 등이 가득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런 사회는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세상의 모습이 아니다. 조금은 힘들고 불편할지라도, 시민 모두는 부정부패 없는 깨끗하고 올바른 사회를 ‘삶의 터전’으로 바란다. 그렇지만 이러한 터전은 하루아침에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서로 의지해 가며, 마치 꽃을 피우듯 꾸준히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광주시는 ‘청렴’이라는 꽃을 피워 가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진정한 청렴문화의 확산이다. 딱딱하고 고지식한 관료사회에 “청렴은 바로 지금부터”라는 의미를 담은 ‘청바지의 날’을 운영하여 공직사회에 참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바지의 날’은 “청렴하고! 바르고! 지혜롭게!”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수직적 문화에 익숙한 공직사회를 수평적이고 청렴하게 바꾸어가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광주시 내 존중문화의 확산이다. 칼에 베인 상처는 시간이 가면 아물어도 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을 간다고 한다. 조직 내에서도 갑질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처럼 남아,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방해하여 창의적 행정 구현의 걸림돌이 된다.

광주시는 갑질예방 교육은 물론 갑질근절 대책 등을 통해 상호존중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개인의 역량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직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직장 내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갑질 유형을 직원들에게 공개하여 갑질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렴감수성의 내재화이다. 청렴은 청렴감수성이 일상에 담기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공직자로서 첫발을 내딛던 처음의 다짐을 잃지 않는 초심,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심, 끈기 있게 마무리하는 뒷심의 자세로 광주시 구성원 모두가 실천해야 할 3행(공정·소통·배려)과 근절해야 할 3무(부패·청탁·갑질)를 다짐하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광주시는 어느 지역보다 앞서 더 청렴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깨끗한 물에는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물고기가 살듯이 광주에는 청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자리에서 청렴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모여 우리 광주시는 2022년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2등급을 달성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청렴한 세상은 입가에 머무는 상징적 구호에 그칠 때가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높은 청렴의식으로 발현될 때 그 빛을 발한다.

청렴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손으로 적고 발로 실천하는 것이다. 광주광역시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대표 청렴도시가 될 수 있도록 반부패·청렴 정책의 꽃을 나부터 활짝 피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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