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이제야 알겠는가? 용과 봉의 차이가 반 치 반푼 차이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윤처사가 조대감을 바라보며 말했다.

“뜻을 잃어버린 선비는 선비가 아니지 않는가!(忘志士 不士)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네!”

조대감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용이 여의주를 잃어버리면 용이 아니듯이, 선비가 가슴에 품은 지고지순한 뜻을 잃어버리면 선비가 아니기 때문으로, 용이 여의주를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선비는 가슴에 품은 뜻을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네! 그러기에 그 뜻을 손상하여 잃지 않으려고 혼탁한 세상에서는 절대로 출사를 하지 않았던 것일세!”

윤처사가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처사가 한동안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높이 앉아 군림하는 가짜 쓰레기 잡놈들이 한때는 폭풍우처럼 일어나는 백성의 염원을 한몸에 안고 앞장서서 떨쳐 일어나더니, 마침내 여의주를 얻은 용이 되어 풍우조화(風雨造化)를 부리며 승리의 깃발을 찬란히 올리면서 용상에 앉아 천하를 호령하는데, 아차! 마약 같은 권력의 쾌락이 순간 그 뇌를 단번에 쏘아버리는 것이라! 어리벙벙, 헤롱헤롱 쾌락에 도취(陶醉)되어 눈꺼풀이 풀리고 아리아리 아삼삼한대, 아차! 순간 아가리가 자신도 모르게 벌어져 여의주가 저 아래 태산영봉(泰山靈峯) 바위 위로 떨어져 부딪혀 산산이 가루가 되어 천하를 희부옇게 덮고 흩날려 버리는 거라! 그로부터 바야흐로 하늘을 나는 용은 아아! 봉(鳳)이 되어 천하를 굽어보고 다스리는데 그것을 이름하여 타락한 쳐죽일 개잡놈이라! 진시황, 조조, 유비, 유방, 당태종 이세민, 송태조 조광윤, 명태조 주원장, 청태조 하는 것들이 모두 그 모양이라! 백성과 함께 일어나 지사(志士)의 칼을 들었을 때는 득용(得龍) 하였는데, 용상에 앉고 나서는 순간 변용(變龍)하여 화려한 봉이라! 모조리 가짜라 이 말일세! 그러하니 그들 왕조(王朝)의 말로가 피비린내에 흠뻑 젖어 사라지는 운명,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곤두박질쳐서 울음도 울지 못하고 죽는 봉이라! 비참할 밖에 없었던 것이라네!”

“허허! 듣고 보니 틀림없는 말씀이네. 그들이 악마라고 표독하게 내몰아 죽였던 왕조의 말로처럼 그들 말로도 악마가 되어 똑같이 죽게 되는 반복되는 운명! 으음!……”

조대감이 입을 떡 벌리고 말했다.

“개국(開國) 왕은 백성의 뜻을 얻기 위하여 잠깐 좋은 정책을 쓰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자신의 허(虛)와 실(實)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함께 했던 동지(同志)들을 두려운 나머지 차례로 제일 먼저 죽여버리고, 아첨 아부에 능통한 신하를 등용하여 가까이 두고 백성을 주리 틀어 제 배 속을 채우기 바쁘게 되고 마는 것일세! 그것을 잘 알았던 공자나 맹자는 절대로 그 아래로 기어서 들어가 일하지 않고 난세를 비판하며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했던 것일세. 뜻을 잃지 않은 선비, 비록 비상하여 천하를 희롱하지는 못했더라도 여의주를 잃지 않은 용, 그리하여 그들을 용이라 하고, 처사라 칭하고 존경하는 것이었다네!”

윤처사가 말을 마치고는 조대감을 바라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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