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3년여만에 되찾은 첫 명절
6일~10여일간 한가위 연휴로 충전시간
3代가 함께 모여 정담·위로·희망 찬가
총선·日오염수 문제 등 정치권 밥상 화두

 

‘다 함께 강강술래’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사흘 앞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국공립 꼬마성 어린이집(원장 김미성) 아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강강술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다 함께 강강술래’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사흘 앞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국공립 꼬마성 어린이집(원장 김미성) 아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강강술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대학, 어디 갈거니, 취업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거냐, 결혼은 언제 할래.”

명절을 앞두고 절대 가족끼리 하면 안되는 금지어들을 모아둔 묶음들이다. 그렇게 듣기 싫어 명절때 친지들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명절연휴 기간 각종 언론 매체들이 사골 우려 먹듯 단골 기사 소재로 사용 할 정도다.

이처첨 듣기 싫은 이 대화들이 다른 이면엔 가족을 향한 궁금함과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었단 것엔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들으면 엄청나게 서운하면서도 막상 또 들리지 않으면 허전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인지 이번 추석 명절은 여러가지로 기대를 모은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란 역병으로부터 3년여만에 일상을 되찾은 뒤 맞이하는 첫 명절이어서다.

21세기판 흑사병으로 불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 19) 창궐이 모든 사회적 시스템을 원시적 체계로 바꿔놨다. 가족간 만남이 즐거운 것이 아닌 불편한 것으로 만들었다. 인륜의 도를 무너뜨릴 만큼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만나더라도 온전한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칭칭 동여맨 탓이다. 거리두기 속에 평범한 대화도 힘들었다. 안그래도 각박한 세상에서 그나마 쬐금 남은 가족의 정(情)까지 메말라 갔다.

‘다 함께 강강술래’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사흘 앞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국공립 꼬마성 어린이집(원장 김미성) 아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강강술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다 함께 강강술래’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사흘 앞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국공립 꼬마성 어린이집(원장 김미성) 아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강강술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그러나 올해 추석엔 이러한 거추장스럽고 불편했던 모든 것들을 던져버려도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혔던 사회적규제가 전부 해제됐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밥상에 둘러앉자 명절 음식과 술 등을 함께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과거로의 회귀가 가능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약간의 잔소리와 함께 불필요한 오지랖은 덤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삼촌이 조카한테,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슬그머니 내미는 용돈이면 쉽게 용서도 된다. 물론 화폐의 색깔과 숫자의 크기에 따라 용서의 정도는 달라지겠지만 가족이니깐 가능한 것들이다.

여기에 뜯으면 뜯을 수록 맛있다는 정치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누가 적임자인지를 두고 열띤 토론의 현장이 벌어진 판이다.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교류하면서 추석 밥상머리 여론의 향방을 스스로 점쳐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그러나 정치 이야기는 절대, 길게 해서는 안된다. 잘못하면 밥상이 날아가는 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광주·전남은 가뭄과 홍수가 연달아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서민경제는 초토화됐다. 여기에 설마설마 했던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는 불난집에 기름을 끼 얹은 꼴이 됐다. 서민들 사이에서 “못살것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만원짜리 한장 맘대로 쓰지 못할 만큼 힘겨운 시기에 맞는 올해 추석 명절. 큰 돈 안들어도 풍성하게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가족간의 정이 더욱 간절하고 그립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속담 처럼 올해 추석엔 지난 몇년간의 암흑의 시간에서 벗어나 서민들이 목놓아 부르는 희망의 찬가가 들려오길 바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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