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이 충분히 결집·발휘 못한 것 반성
소통·협력의 리더십으로 타개해 갈 것
영재학교 이어 AI정책전략대학원 추진
실증형 교육기반한 실무역량 인재 양성
선순환 구조 5대 혁신연구 클러스터 구축
성과 창출, 걸맞은 보상해 주는 인사 체계

임기철 제9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지역산업과 경제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교육·연구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지스트의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과학기술원은 올해 설립 30주년으로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2015년에는 QS (Quacquarelli Symonds) 세계 대학 평가 연구 부문(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에서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학부와 석·박사 과정 학생은 2천여 명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과 함께 대한민국 4대 과학기술원으로 위상이 높다.

하지만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안은 올해 31조 700억 원에서 내년 25조 9천억 원으로 급감했다. 위기 상황이다. 기회는 위기 속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지난 7월 지스트 제9대 총장으로 임기철(68)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선임됐다.

임 신임 총장은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제8대 원장을 맡았으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부회장,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를 지냈다. 실사구시를 외치는 임 총장을 만나 향후 지스트 R&D와 기술 사업화, 산학 협력, 인재 양성 구상을 들어봤다.

-GIST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준비하고 있는 구상은?
▶‘선(先)위기진단, 후(後)개선방안’ 원칙에 따라 당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미래 30년을 위한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GIST 행정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분야별 TF를 두어 구성원이 공감하는 개선방안과 추진과제를 발굴하는 한편, 취임식에서 밝힌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설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0년 저력을 30년 미래로’라는 기치 아래 ▲GIST 구성원과 지역민을 위해 총 3회 공연으로 구성한 클래식 음악회 개최 ▲‘GIST-MIT 심포지엄’과 ‘글로벌 렉처 시리즈(Global Lecture Series)’ 강연과 같은 학술행사 ▲‘주한 대사관 초청 행사’와 ‘외국인 문화의 밤’ 등 국제협력행사 개최 ▲AI정책전략대학원의 비전선포를 갖는 등 설립 30주년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

-‘산학협력협의체’ 회의를 취임 후 가장 먼저 가졌다. 선택하게된 계기.
▶ 산·학협력협의체는 지역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GIST의 의지를 보여주는 협의체이다. 제가 직접 참여해서 기술사업화를 위해 서로 의견을 활발하게 교환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산·학협력협의체는 GIST가 보유한 우수한 연구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서 지역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AI, 소재·부품·장비, 바이오기술 3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GIST 교수 20여 명과 59개 기업의 대표가 활동 중이다.

월 1회 분과별 정기회의를 통해 GIST의 유망기술을 소개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업이 직면한 애로사항에 대하여 지도하며 경영 컨설팅도 수행한다.

지금까지 대학과 지역기업 간에 논의되었던 수많은 산·학 협력 사업은 허울 좋은 선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과 기업 간의 현실적인 기술 격차를 인정하고, 기업의 눈높이에서 대학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 현안이다.

이를 위해 산·학 협력협의체와 같은 자리가 필요하며, 향후 지역대학과 기업을 추가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교수와 기업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실제로 실현 가능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전경./지스트 제공

-지스트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지스트의 교육·연구 역량은 변함없이 국내 최고 수준이나, 리더십과 내부 갈등 문제로 그러한 역량이 충분히 결집·발휘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으로 이를 타개해 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교육 시스템을 바꿔 보려고 한다. ‘학점 획득’ 방식의 편협한 학습에서 벗어나 ‘자기 기획형’ 학습을 지향하는 것이 골자이다. 팀 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 방식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4학년 학생은 1년 동안 수업 대신 프로젝트만 수행하게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강의도 기존 내용을 답습하기보다 밀도감 있는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다른 과기원과의 관계도 경쟁 구도가 아닌,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4개 과기원은 각각의 특성과 강점이 있고, 이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선 과기원 학생들의 교류를 활성화한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보다 넓은 교육 기회를 얻는 한편 다른 학풍을 체험하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경험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취업률 및 취업 유지율이 타 대학보다 낮다는 지적.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스트는 학사과정 기준으로 연간 졸업생이 130~140명대 규모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학생 1명의 졸업 시점 취업 여부가 타 대학 대비 통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한편 지스트 학생은 학사과정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비율이 10%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대부분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학사 졸업생 취업 기준의 ‘취업률·취업유지율’의 관점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졸업 시점에 ‘취업 상태’가 아니라고 답한 지스트 학생들 대부분은 상위 학위과정 입학 합격 통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최종’ 취업률 내지 취업유지율을 추적해 본다면 타 대학보다 결코 낮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AI 인재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 지스트 AI대학원을 2019년 10월 개원해 졸업생 23명을 배출했다. 현재 전임교수 12명에 대학원생 146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AI대학원 1호 박사인 김만제 박사가 졸업했는데, 최근(9월) 전남대 인공지능학부 전임교수로 임용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AI 교육 선순환의 이상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스트는 광주광역시와 함께 AI영재학교 설립을 위한 기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영재학교가 설립되면 고등학교부터 박사과정까지 이어지는 국내 최초의 전 주기 AI 교육 시스템이 완성된다.

또한 지스트만의 AI 정책전략전문가 양성 시스템인 ‘AI정책전략대학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중앙부처·지자체 공직자, 산업체 임원 등을 대상으로 AI 기술·정책·전략 이론교육 및 국내 대형 현안과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실증형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통해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

-지역과 상생 발전 방안.
▶지스트는 그동안 교육과 연구에 집중해왔다. 덕분에 3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저는 이제 지스트의 책임과 역할을 확장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스트도 이제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를 넘어, 지역에 기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스트가 지닌 우수한 연구성과를 활용하면 지역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스트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스트에 ‘5대 혁신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지역 기업들과 혁신 가치 네트워킹(AI, 모빌리티, 차세대 에너지, 첨단 소재, 의료·바이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지스트는 정부의 지역 공약사업인 ‘AI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사업’과 연계해 AI 반도체 인프라 조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AI 반도체 생산에 기여할 ‘차세대 AI 반도체 첨단공정 팹(반도체 수탁 생산)’ 설치를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시에서 지원받아 수행하는 총사업비 446억 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앞으로 클린룸과 강의실을 포함하는 3개 층 건물을 202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 팹은 지스트뿐만 아니라 조선대학교, 전남대학교, 한국광기술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광주 내 대학과 연구소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 운영된다. 광주시를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소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며, 장비를 집적시켜 광주 내 반도체 인력과 기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가 지닌 산업 인프라와 지스트가 보유한 AI 역량을 더해 AI반도체 첨단공정 팹을 구축하면 명실상부한 지역 혁신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내부적으로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
▶그간 내부 갈등과 충돌로 대외적 위상 추락이 지속되면서 신임 총장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화합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근무 환경을 마련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흔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는데, 지난 두 달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바로 지스트 교직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었다. 능력과 인품, 명망을 모두 고려해 부총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부터 처장단, 팀장급 보직자를 구성했다. 그리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15분간의 ‘쿼터 인터뷰(Quarter Interview)’를 시행해 기관 운영에 대한 의견과 개인별 경력관리에 대해 경청하는 시간을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 부서 재배치도 진행했다.

단기간에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겠으나, 이와 같은 소통의 노력을 통해 점차 조직이 활력을 되찾고 이를 통해 지스트의 재도약을 이룰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임기철 제9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직원들과 학생들의 처우 개선 방안에 대해 “성과를 창출한 바에 대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 주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교직원 및 학생 처우 개선 방안.
▶교직원에 대해서는 기관에 공헌한 바, 그리고 성과를 창출한 바에 대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 주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발전기금 모금액 등을 통해 교수와 연구원, 직원을 충원하는 것 또한 중요한 처우 개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학생에 대해서는 제반 여건을 고려해 ‘스타이펜드(정부 연구개발의 핵심 실무 인력인 이공계 대학원생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R&D 사업의 학생인건비를 학생연구장려금으로 전환해 대학 차원에서 통합 관리토록 하고 최저 지급기준 이상을 지급하는 제도)’ 기준이 현재 박사과정 월 100만원 이상, 석사과정(2년차) 월 70만원 이상인 것을 상향 조정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자 한다.

-지역민에 전할 말씀이 있다면.
▶지스트는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기술 교육·연구기관으로서 기틀을 다졌다. 200여 명의 교수와 2천여 명의 학생이 불철주야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고, 올 8월까지 박사 1천780명, 석사 4천819명, 학사 1천126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했다.

교수와 학생, 졸업생이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싣고 과학기술 연구를 선도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산업과 경제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교육·연구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지스트의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스트가 광주·전남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자랑스러운 과학기술 교육·연구기관으로 지역민들께 기억되길 소망한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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