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왕자’ 키조개와 ‘육지의 공주’ 소고기의 만남.
독특한 요리법을 개발해 지역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기는 광주 동구 장동에 자리한 ‘돌팍집’.
이 곳은 식당 명칭부터 예사롭지 않다. ‘돌팍’,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나와있지 않은 이 ‘돌팍’은 돌맹이를 이르는 말로 순수 ‘전라도 사투리’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모든 음식에 돌판이 함께한다.
지난 26년간 익혀뒀던 주방솜씨를 한껏 발휘하기 위해 식당을 개업했다는 김덕자씨(50)는 안주인, 주방장, 종업원 노릇까지 가리지 않고 마구하는 ‘바지런한(부지런한)’아줌마다.
‘돌팍집’의 자랑거리는 ‘엄격한 위생관리’. 모든 식당식구들의 손엔 항상 위생장갑이 끼어있으며, 육고기나 키조개, 야채를 써는 칼도 분리가 돼 있다. 심지어 도마조차도 분리해 쓰고 있으니, 고기를 썰 때는 노란색 도마, 야채는 녹색도마, 김치는 또다른 색깔의 도마…. 주방이 남아날 공간이 없을 듯 하다.
‘돌팍집’의 메인요리는 ‘키조개와 고기’의 만남이다. 2∼3일에 한번씩 직송해 오는 장흥 득량만산 키조개를 사용한다는 김씨는 “모든 음식은 싱싱함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소고기 역시 등심이나 안심, 갈비살 등 부위별로 맛있는 쪽을 골라가며 식탁위에 내놓는다.
어른도 겨우 들까말까한 무거운 돌판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알맞게 달군후 소고기 기름으로 불판위를 맨질맨질하게 칠한다. 달궈진 불판에 예쁘게 손질된 키조개와 소고기, 큼직하게 썬 새송이 버섯까지 함께 굽는다. 투명한 빛깔에 도톰한 키조개가 익어가는 소리와 빨갛던 소고기가 나뭇잎 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재미있기까지 하다.
소고기와 키조개는 너무 익히면 질겨서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살짝 익힌뒤 먹는게 비결이라고 귀띔해 준다. 함께 나오는 5∼6가지의 싱싱한 채소와 곁들여 먹도록 한다.
상추와 깻잎을 펴고 소금장에 찍은 키조개와 소고기, 파저리, 매콤한 고추와 쌈장을 올려 쌈을 만든다. 들어간게 어찌나 많은지 웬만큼 입이 크지 않으면 한꺼번에 들어가지도 않을 듯 싶다.
말랑말랑한 키조개와 소고기의 맛은 말로 설명하기엔 모자르지 않나 싶다. 이도저도 아닌 맛 같으면서도 입안 가득 느껴지는 담백한 맛. 혼자서 2∼3인분을 먹어도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라고나 할까.
준비된 고기를 다 먹은 후 아쉬운 입맛을 다시고 있자니 이어지는 음식 세례. 키조개와 고기를 굽던 돌판에는 된장국이 끓여진다. 디포리와 다시마, 무, 야채, 된장을 풀어 된장국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바지락과 팽이버섯, 제철에 나오는 야채를 듬뿍넣고 돌판에 된장국을 끓인다. 일반 된장국에 비해 된장건더기가 보이지 않고 국물이 묽어 보이지만 제맛을 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고기를 먹는 동안 주방에서 만든 냄비밥이 함께 나온다. 쌀과 보리, 조, 찹쌀 등을 가득 담아 불판위에 자글자글 끓인 냄비밥은 고소한 된장국과 함께 먹고, 남비에 누른 밥은 곧이어 누룽지로 완성돼 나온다. 식사에 함께나온 밑반찬들 역시 김씨의 타고난 손맛 덕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키조개와 소고기, 냄비밥에 된장국, 누룽지까지 싹 비우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돌팍집’은 음식맛도 맛이지만 정원풍경이 기막히다. 기와집 모양으로 된 식당은 각 방마다 문풍지 문으로 돼 있으며, 방에서 내다보는 정원에는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목단, 천리향, 개난, 연산홍, 진달래, 목련 등 이들에게서 나는 꽃내음도 만족스럽다.
정원 한켠에 모여있는 20∼30여개의 장독에는 처가에서 가져온 된장과 고추장, 각종 젓갈들이 가득 담겨 있다.
30여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널찍한 방도 마련돼 있어 결혼기념일이나 친구들 모임에 제격이다.
‘키조개와 소고기’는 1인분에 1만6천원이며, 계절별미인 청국장과 삼계탕도 맛볼 수 있다. 식당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예약문의, 227-5986)
글/이보람 기자 white4@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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