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광주 북구의회 의원)

 

신정훈 광주 북구의회 의원

막걸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로써, 우리 민족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술이라고 한다. 요즘은 맥주, 소주, 양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에 밀리고 인식 등의 차이로 인기가 조금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다양한 소비층에서 즐겨지는 주(酒)종이다.

막걸리가 표현하는 새콤하고 달콤한 친근함, 강하지 않은 탄산이 만드는 청량함, 은근하게 취기를 돋우는 합리적인 알코올 도수의 적절함, 어떤 안주와도 궁합이 좋은 어우러짐, 누구에게나 부담 느끼지 않게 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편안함, 그러면서도 과하면 다음 날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드는 지독함이 매력적인 술이기도 하다.

이렇게 막걸리로부터 느껴지는 감정들은 평범하면서 고단한 서민들의 삶을 달래주었고 오랜 과거부터 그 자체가 민생과 민초들을 닮아있었다.

서민을 대변하는 정서적 동질감을 갖는 막걸리는 술을 빚는 과정과 각각의 요소들이 우리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맛있게 익은 막걸리가 국민들의 행복한 삶이라면 잘 쪄진 쌀 한 알, 한 알이 국민들이며, 물과 쌀이 어우러져 삭게 만드는 누룩은 정부와 행정일 것이다.

막걸리를 만드는 법은 맑은 물로 쌀알이 깨지지 않게 씻어낸 후 고슬하게 찌고, 식히는 시간을 보낸 뒤 누룩을 첨가하여 섞어 독에 물과 함께 넣고 술이 발효되어 끓기를 기다리면 된다.

맛있는 술을 빚기 위해서는 좋은 쌀과 깨끗한 물이 필요한데, 어떤 쌀이든 좋지 않은 쌀일지라도 더 맛있거나 덜 맛있는 술이 될 수는 있지만 누룩이 잘못되면 애초에 술이 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과 염려가 국민들이 무지하여 선동된 것이라는 쌀이 나쁘다는 현 정부와 행정부의 수장인 누룩의 시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크게 위험한지, 적게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크든 작든 위험하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국민의 안전이 조금이라도 흔들려 위험해지는 일에 대해 찬성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상한 누룩일 수밖에 없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샤워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수영장 물은 실시간으로 정화가 되지만 그럼에도 위생의 문제로 인해 신체의 오염을 없앤 후 입수할 수 있다. 또한, 너무나 상식적으로 수영장 물속에서 용변을 보는 것은 함께 운동하는 이들에게 아주 큰 실례이며 정말 당연하게도 불가하다.

누군가 귀찮다고 모두가 함께 쓰는 물속에서 볼일을 보겠다고 하는데 수영장에는 물이 많으니 그래도 된다고 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렇게 하는 이는 잘못 뜬 누룩이다.

정치의 측면에서는 여와 야, 피(彼)와 아(我)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은 정부의 지지 여부를 떠나서 정부 존재의 목적이어야 하며, 함께 나아가야 할 주체이다. 뜻을 같이하지 않는다고 탄압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판적 의견은 카르텔로 규정하고 안 들으면 그만인 정부는 옳지 않다. 술독에 같이 담겨 있지만, 적당히 맘에 드는 쌀알들로만 술을 만들겠다는 누룩은 부정한 누룩이다.

사실 누룩은 곰팡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곰팡이 가운데 몇 안 되는 먹을 수 있는 착한 곰팡이다. 이 곰팡이가 탄수화물과 당분을 만나면 잘 소화할 수 있게 포도당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막걸리가 잘 익으려면 누룩은 그 과정을 잘 해내야 한다. 변질된 누룩으로는 썩기는 쉬워도 발효되기는 어렵다. 의견을 잘 모으고 반영시키는 누룩만이 쌀을 막걸리로 만들 수 있다.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쌀인가, 누룩인가, 맛있게 익길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인가? 잘 익은 술을 기대하는 마음은 틀림없다. 혹여 막걸리가 맛있게 익는 부글부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쌀의 문제인가 누룩의 문제인가….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