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론(광주 동부경찰서 경비작전계 순경)

 

장아론 광주 동부경찰서 경비작전계 순경

유독 무더웠던 올해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한풀 꺾이며 이제 제법 선선하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아직 경비계 사무실은 한여름처럼 뜨겁다. 집회의 계절이 온 것이다.

적법하고 원활한 집회 시위를 보장하기 위해 경비계는 사전 대책부터 사후 관리까지 관여 안하는 부분이 없다. 이 과정이 간혹 간섭처럼 느껴질 수 있어 집회 주최자 측과 크고 작은 마찰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경비계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안전의 보장이고, 안전한 집회 종료를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집회의 안전 보장은 경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엔 무리가 있다. 집회 참가자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한데, 요즘 집회 참가자의 안전 불감증이 확대되고 있어 경비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도로 가두행진 시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늘 마음을 졸이고 있다.

보통 가두행진은 가장자리 1개 차선을 확보하여 진행한다. 그러나 행진 속 집회 참가자들은 종종 신고된 차선을 넘어 옆 차선 쪽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바로 옆 차선은 차들이 통행하고 있어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지기에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위험하니 차선을 넘지 말아달라고 말하지만, 잠시 후 행진의 배열은 다시 옆으로 퍼져버린다.

행진 간에 경찰관이 도로의 차량을 하나하나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본인의 안전과 경찰관의 안전을 위해서 안전 불감증을 깨고 행진 시 위험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집회 시위를 위해선 무엇보다 참가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적법한 집회 문화 정착에 이어 안전 불감증을 깰 수 있다면 진정한 선진적 집회 문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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