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남(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수남 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 이사장

문학은 정신문화의 근원이다. 인류가 이룩한 서양의 3대 문명을 꼽으라면 첫째는 고대 그리스의 페리클레스가 이끈 아테네 문명이요, 두 번째는 로마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이끈 로마문명이요, 세 번째는 14세기부터 16세기 서유럽문명사에 나타난 르네상스 문명을 말한 것으로, 이 모두가 문학을 통하여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렇듯 김현승 시인은 우리 광주가 낳은 자랑스러운 시성(詩聖)으로 받들여야 마땅하다.

다형 김현승 시인은 양림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깊은 기독교 신앙 속에서 현세보다 내세를 향한 충실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의 시 속에는 구도적인 사상이 깊숙이 담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김현승 시인은 19세기 비평가들이 음악의 세계를 동경하고 관찰하였지만, 20세기의 시는 철학적 성찰을 통한 삶의 깊이를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김현승 시는 지성과 감성의 세계를 개척한 시인이어서 흔히 지성적인 시인이요, 철학적인 고독한 시인이라고도 부른다.

김현승 시인은 삶의 의미와 사물의 본질을 시속에 끊임없이 담아낸 문학성 때문에 김현승 시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박사. 석사, 일반논문 등이 한국문학사에서 그 어느 시인보다 수없이 많이 발표되고 있으니, 그만큼 김현승 시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위대한 시인은 그 민족의 긍지요, 그 민족의 자랑이라 하듯 김현승 시인은 우리 광주를 빛낸 자랑스러운 시인임이 분명하다.

예술의 고장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단테는 정치인으로 그 입지가 대단히 높았지만 반대파의 음모로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평생 유랑생활을 하면서 인간들의 갖가지 모습을 샅샅이 되돌아보며, 그 속에서 사악한 무리들은 이글거리는 지옥의 불덩이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을 겪고 있는 참담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았던 배신자 유다도 그려져 있다. 현세에서 정의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영생하여 지고천(至高天)에서 아름다운 삶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삶을 엮어낸 지옥, 연옥, 천당을 그려낸 것이 대서사시 ‘신곡’이다. 이 ‘신곡’은 철학적, 문학적 심오한 깨달음을 담고 있어 잃어버린 인간성을 부활시키는 르네상스 운동의 기폭제가 되어 전 유럽에 파급되어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일구어내는 정신문화의 꽃을 피운 원동력이 되었으니, 단테는 이 ‘신곡’을 통해서 인류의 영원한 추앙을 받는 시성(詩聖)이 되었다.

또한 ‘죄와 벌’의 작가인 러시아 도스토예프스키도 페트라셉스키 사건으로 오랜 유형생활을 했지만 인간의 심리와 철학적 성찰을 작품 속에 잘 그려냈기에 인류의 영원한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가 유형생활에서 오직 성경책만을 읽을 수 있도록 허용했기에 그 속에서 터득한 정신적 깨달음이 위대한 철학적, 문학적 감동으로 러시아의 명성을 떨치게 하였으므로 그 명성에 부응하도록 그 유족에게 매년 거액의 연금이 하사되고 있다.

괴테나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철학적 구도적인 삶을 일깨워준 김현승 시인이 일구어낸 시세계가 우리 광주를 아름다운 문화도시, 예술도시로 꽃피게 해주는 윤활유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 산업혁명은 부를 축척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4차 지식혁명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혁명이 되어야 한다고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말한 것처럼 김현승 시인의 시가 우리 광주시민들의 영혼을 일깨우는 작은 씨앗이 되어 문화인, 교양인이 사는 품격 높은 광주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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