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나이가 40대 중반 이상이면 초등학교 때 곤충채집이라는 여름방학 숙제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없던 그때는 여름방학 때면 친구들과 곤충채집을 하기 위해 잠자리 채와 채집 통을 가지고 산과 들판, 계곡을 원 없이 다녔다. 혹여 잡은 매미, 잠자리, 메뚜기, 풍뎅이의 날개라도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말리고 핀으로 고정시켜 방학숙제를 제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래 전 농촌에서 느낀 평화롭고 따스했던 그 정취는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우리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는 건 무슨 이유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농촌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 휴식처 등으로 대변되는 공익적 가치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 세계를 뒤덮고 이상 기후현상과 갈수록 짧아지는 팬데믹의 주기 등으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더욱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를 통해 도시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59.4%가 농업·농촌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이 가지는 가치와 관련해 ‘가치가 많다’고 답했다.

도시민들의 조세 부담 의사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유지·보전을 위해 추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도시민의 60.1%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한국4-H본부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중 7명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공감하며,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중에선 식량안보에 5점 만점에 4.43점을 주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이어 환경 생태계 보전(4.38점), 농촌경관 보전(4.05점)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농업·농촌이 결국은 국가 식량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환경 생태계를 지키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평가는 연간 약 27조8천993억원으로 농업의 실물 부가가치 이상의 가치를 매년 산출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환경보전(홍수조절, 지하수 함양, 대기정화, 토양유실저감, 축산분뇨 소화, 수질 정화)의 경제적 가치만 약 18조6천34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농촌경관 약 2조452억원, 농촌활력제고 등 사회·문화적 기능이 약 4조40억원, 식량안보기능이 약 3조1천158억원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업농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국민 먹거리 생산이겠지만, 그 역할이 생산 중심에서 치유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제 농업·농촌을 단순히 농업의 경쟁력 제고, 생산기반 확충 등 식량안보의 측면에서만 생각할 때가 아니라, 현대인의 생존과 직결된 삶의 질을 높이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접근해야 할 때다. 농업·농촌에 적극적인 투자로 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고,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현대인들에게 안식처로서의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증대되어야 한다.

“농업·농촌의 발전 없이는 어떤 국가도 결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라고 말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의 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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