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전 광주광역시의원)

 

김보현 전 광주광역시의원

“축구는 유럽인들에게 제2의 종교다”, 유럽인의 삶에 끼치는 축구의 영향력을 표현한 말이다.

“노동자 계급에게 축구공을 던져주지 않았다면 유럽은 혁명의 불길에 휩싸였을 것이다”라는 말에서 확인되듯 축구는 노동자 계급에게 고단한 삶의 탈출구였고, 계급공동체와 지역공동체의 유대감을 확인해주는 강력한 매개였다.

우리나라 축구는 야구에 비해 지역 프랜차이즈 스포츠로서의 위상이 현저히 약하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였던 경성·평양 축구대항전의 전통이 단절되면서 유럽과 같은 지역클럽 축구로의 발전이 가로막힌 일은 분단이 빚은 또 하나의 아픔이다.

국내 주요도시 축구단이 시민구단 형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국내 프로축구 현실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이다. 광주FC도 열악한 상황이다. 시민구단이 갖는 근본적 재정구조의 한계와 거기서 파생되는 선수단 대우와 훈련여건, 전용구장의 취약한 환경 등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광주FC가 이룬 성취는 그야말로 기적이다. 지난 시즌 강등되었다가 1부 리그로 승격한 광주FC는 역대 최다승 신기록(12승)과 구단 최다 승점(48점)을 만들었으며, 전 구단 상대 승리까지 이뤘고, 정규라운드를 3위로 마무리했다.

공격축구의 대명사가 된 이정효 감독은 “앞으로 한국축구가 발전하려면 저희가, 광주라는, 이런 색깔을 가지고 있는 팀이 결과도 가져와야 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광주FC 스타일의 축구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전문가가 나타났고, 팬들은 매진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을 직관하려면 예매를 서둘러야 한다.

어떤 강팀을 만나도 당당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이정효 감독, 그가 광주다움과 광주정신을 축구로 보여줬다. 팬들의 자긍심도 키웠다.

홈경기를 거의 직관한 강기정 시장의 남다른 애정과 지원, 사재출연까지 마다 않는 노동일 대표이사의 온화한 리더십도 칭송받아 부족함 없다.

시민들까지 광주FC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나가고 있다. 참으로 고무적이다. 이제 광주FC에 대한 호응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하는지가 과제가 되었다.

넷플릭스 축구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가 있다. 2부리그로 추락하고 3부리그까지 추락한 선덜랜드 구단의 위기극복 스토리다. 선수들의 노력과 구단의 열정,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3부리그 최다관중 기록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광주FC가 떠올랐고, 광주FC의 기적이 시작되었다고 느꼈다.

축구가 지역민들에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가족과 함께 즐기는 축구가 얼마나 건강한 여가 프로그램인지를 느끼는 ‘죽어도 광주FC’! 시민들이 주도하는 ‘홈경기 매진 프로젝트’, ‘아재 서포터즈단 구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좋겠다.

팬과 시민들의 성원이 선수단의 훈련여건 개선과 구단의 튼튼한 중장기 프로젝트 수립으로 이어지도록 우리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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